[시시비비] 법원·검찰 인사 정상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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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지만, 어느 조직보다 인사에 예민한 조직이 법원·검찰이다. 다들 나름 학창시절 공부 잘한다는 소릴 듣고 자랐고,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을 패스하고도 사법연수원 성적이 1000명 중에 최소 100~200등 안에는 들어야 판검사로 임용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로스쿨이 도입돼 변호사시험으로 바뀌었지만 판검사로 임용되기가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자존심이 강한 엘리트 집단인 만큼 동기들 간 승진 경쟁이 치열해 후배 기수에 밀리면 사표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연수원 성적과 재판 또는 수사 실무에서 확인된 능력을 토대로 조직 구성원 대부분이 에이스로 인정하는 판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해왔다.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그래도 인사의 기본원칙은 지켜졌다.

그런데 이번 정부가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수단으로 인사를 활용하면서 이 같은 인사기준이 무너졌다.


당장 사법부 수장의 자리에 대법관 출신이 아닌 김명수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부터 파격이었다. 김 대법원장이 임명된 후 법원에서는 그가 회장을 역임한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이 핵심요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정권과 관련된 예민한 사건을 맡은 특정 성향의 판사들이 법원의 인사 관행을 깨고 연임되는 일도 있었다. 최근 단행된 인사에서도 주요 법원장 자리에는 두 학회 출신 판사들이 임명됐다. 사법행정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법원장 추천제’ 역시 김 대법원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발탁하는 ‘코드 인사’의 도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더 심각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남의 편’이 된 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후보가 중용했던 특수통 검사들을 차례로 한직으로 보내고 이른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말 잘 듣는 검사들을 대거 요직에 앉혔다.


이후 인사의 첫 번째 기준은 ‘내 편’인가 ‘네 편’인가가 됐다. 정권과 관련된 사건을 원칙대로 수사한 검사들이 예외 없이 다음 인사에서 좌천되거나 검찰을 떠나야 했던 반면 정권 관련 사건을 적당히 수사하고 불기소 처분한 검사들이나 추 전 장관의 편에 서서 윤 후보 징계에 앞장섰던 검사들은 대부분 영전했다.


서울동부지검장 시절 추 전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한 뒤 동기 중 처음으로 고검장으로 승진한 김관정 수원고검장이나 이성윤 서울고검장, 법무부 감찰담당관에서 검사장 승진 ‘0순위’인 성남지청장으로 영전한 박은정 지청장이 대표적이다.


법무부 인사도 문제다. 법무부 ‘탈검찰화’를 명분으로 검사장들이 임명됐던 법무부 핵심요직에 외부 인사들을 앉혔지만 전문성은 떨어졌고, 정치 편향성만 드러냈다. 외부공모 형식을 취했지만 대부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나 참여연대 등 친여 성향 단체 출신 변호사들을 임용했기 때문이다. 민변 출신의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차규근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모두 비검찰 출신이다.


능력을 무시한 ‘편 가르기’식 인사, ‘낙하산’ 인사의 결과는 참담했다.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 폭행 혐의로, 이 고검장과 차 전 본부장은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으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다. 독직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는 와중에 차장검사로 승진했던 정진웅 검사는 결국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박 지청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수사를 온 몸으로 막아서다 고발돼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경찰이 3년 3개월을 끌다 ‘혐의없음’ 불송치결정을 내린 ‘성남FC’ 사건은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검찰로 송치됐지만, 이 후보의 중앙대 법학과 동문이자 친정부 성향인 신성식 수원지검장의 지휘와 박 지청장의 결정으로 다시 경찰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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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사 원칙이 무너지면서 조직이 망가졌고, 재판이나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 엉망이 돼버린 인사시스템을 정상화하지 않는 한 아무리 법을 바꾸고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 한들 조직이 개혁될 리 없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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