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기 종료될까…WTO, 한국 손 들었다
WTO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 위법"
美 판정 불복시 '영구 미제' 될 수도
정부, 다음달까지 물밑협상 추진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가 세탁기 수출을 놓고 미국과 벌인 통상 공방에서 승리를 거뒀다. 삼성·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이 상당한 물량을 이미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판정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앞으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남용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 관련 분쟁에서 우리 정부의 승소를 판정한 패널 보고서를 WTO 회원국에 회람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2018년 5월 WTO에 미국 세이프가드를 제소한지 약 3년 9개월만이다. 윤창연 산업부 통상법무정책관은 “이번 패널 판정을 계기로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가 조기에 종료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에도 WTO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국내 업계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8년 초 무역법을 적용해 한국 등 외국에서 수입하는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이 조치로 외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수입 쿼터는 120만대로 설정됐고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이 적용됐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외산 세탁기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자국 세탁기 업체 월풀의 끈질긴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본래 지난해까지였던 세이프가드 효력도 2년 연장했다.
WTO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둘러싼 핵심 쟁점에서 모두 위법 판정을 내렸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분쟁의 핵심쟁점은 ▲산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세탁기 수입의 급증 여부 ▲자국산업 범위의 적절성 ▲자국산업 피해 입증 ▲수입품 증가와 자국산업 피해 간 인과관계 등 5개다. 단 WTO는 세이프가드 관세가 수입산 세탁기와 미국산 세탁기의 가격 차이보다 높다고 해서 해당 조치를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채택 관련 통지는 합리적인 기간 내에 이뤄졌다고 봤다.
미국이 이번 판정 결과를 수용하면 분쟁은 그대로 종료하고 세이프가드도 해제될 수 있다. 다만 분쟁해결 절차를 완료까지 1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2월까지 세이프가드는 적용될 가능성은 크다.
문제는 미국이 WTO 패널 판정에 불복해 상소할 경우다. WTO의 상소기구는 미국의 위원 임명 반대로 2019년 말부터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미국이 상소하면 분쟁이 WTO에 무기한 계류돼 사실상 ‘영구 미제’로 남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상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간은 패널보고서 회람일 기준 20일 후, 60일 이내다.
이에 정부는 미국과 물밑협상을 추진한다. 미국이 상소하면 이번 승소의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WTO 분쟁해결기구(DSB)의 정기 회의가 잡힌 다음달 28일까지 미국과 패널보고서 채택 여부를 조정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달 28일 전후로 패널보고서 관련 양국 입장이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구체적 의견 조율이 지연되면 패널보고서 채택 마감이 임박한 4월에 특별 DSB를 개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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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이프가드가 해결돼도 국내 기업의 수출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미국이 겨냥했던 삼성과 LG는 세이프가드가 발동된 후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로 세탁기 생산기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미국 내수 물량 상당수를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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