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쿼터제에 막힌 韓

2018년 대미철강수출 250만t
쿼터제 도입 이전인 2017년
354만t과 비교해 확 줄어
올해 철강수요 불확실성 지속
美 쿼터제 폐지 협상 절실

韓, 중국산 철강수입문제 여전
美, 中견제 IPEF 참여 압박할듯

對美 철강수출 30% 쪼그라들었는데…EU·日 가격경쟁력 더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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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과 철강 관세 분쟁 해소에 합의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쿼터(할당제)에 막혀 대미 수출량이 이미 30% 가까이 쪼그라든 상태에서 경쟁국인 EU와 일본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18년 관세 부과 대신 쿼터제를 선택한 한국은 미국 측에 쿼터제 폐지 협상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철강산업에서 통상 문제가 선결 과제로 떠올랐다. 세계적 철강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등 철강 수출을 둘러싼 환경은 그야말로 난맥상이다.

2018년 쿼터제 도입 이후 미국 시장 확대 정체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철강 일정량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그 이상의 물량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작년 10월 미국과 EU가 철강 관세 분쟁을 해소한 방식과 유사하다. 미국이 EU에 이어 일본과의 철강 분쟁도 해소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 저하로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쿼터제를 도입하기 이전인 2016년과 2017년 대미 철강수출 물량은 각각 374만t, 354만t에 달했지만, 도입 이후인 2018년 250만t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2020년 194만t으로 줄어든 수출 물량은 지난해 269만t으로 다소나마 회복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강관(강철로 만든 관)류도 지난해 98만t을 수출해 100만t으로 제한된 쿼터 한도를 못 넘겼다.


올해 철강수요가 불확실성 속에서도 성장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미 수출 회복이 절실하다. 세계철강협회는 작년 10월 올해 세계 철강수요가 전년도 보다 2.2% 늘어난 18억960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바 있다. 미국 시장 주요 수출품인 유정용 강관과 자동차용 강판으로 주요 수출업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롯해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 시황이 좋아도 한국은 쿼터를 넘겨 미국에 철강을 수출할 수가 없다"면서 "무역확장법 232조 제재에 대한 재협상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유가 강세가 지속될 전망으로 미국의 에너지용 강관 내수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세아제강의 경우 미국향 에너지용 강관 수출은 연간 쿼터 27만t 수준으로 제한됐기 때문에 수출을 확대할 여력이 없지만 한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 규제 완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 여전…글로벌 공급과잉 해소 문제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중국산 철광에 대해 다자체계를 통한 제재 보다는 탄소저감 정책을 통해 중국산 철강제품 수출 억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재협상 요구를 보다 강력히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고율관세를 무는 EU에 이어 일본과 협상을 타결한 만큼 쿼터제를 택한 우리 정부와 논의를 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해석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며 "조속한 논의가 필요할 경우 다시 현장을 찾아 재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 정부에 문제 삼고 있는 중국산 철강 수입 문제가 여전히 존재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철강 관세 분쟁을 타결한 데 이어 중국산 철강을 견제하기 위한 조처에 합의하면서 우리측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철강업계와 경제계에서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참여를 조건으로 협상 재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IPEF는 미국이 미·중 경쟁의 격전지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 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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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 미국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통상 주제는 IPEF인데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할 경우 우리가 희망하는 철강 관세 등 통상 현안도 풀어나갈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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