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김홍국 하림 회장, 라면이 요리가 된다…인스턴트 미식시대
인스턴트 식품 대명사 라면으로
가정간편식 시장 혁명에 도전
만두·육수 등 100여종 출시 계획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에 집중
디지털·제조·물류 융복합 거점
글로벌 경쟁력 위해 계속 달릴 것
"간편식, 라면이 한 끼를 때우기 위한 음식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미슐랭 셰프들이 만든 요리보다 뒤처지지 않는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를 만들겠습니다."
김홍국 하림 회장(64)이 HMR 시장 혁명에 도전한다. 인스턴트 식품으로 인식된 HMR를 요리로 격상시켜 가정의 부엌을 대신하겠다는 포부다. 20년 전에만 해도 생활공간 중 부엌이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전체의 7%까지 줄었다. 요리를 직접 해먹는 가정이 줄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하림사옥 16층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부엌이 가출해서 식품 공장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라며 "가정에서 직접 한 요리보다 더 경제적이고, 더 맛있고, 더 건강하고, 더 위생적이고, 더 편리하다면 집에서 요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야침차게 내놓은 브랜드는 ‘더(The) 미식’이다. 대표 서민 음식 라면을 첫 주자로 내세웠다. "6년간 개발했다"고 말할 만큼 김 회장의 라면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다. 김 회장은 야심차게 내놓은 ‘장인라면’을 ‘요리’로 정의했다. 고기 핏물을 빼고, 사골·돈골·닭고기·소고기 등을 따로 저온에서 오랜 시간 고아서 육수를 내 만든 국물이 특징이다. 다소 고가(2200원)라 가격 저항력을 우려했지만 예상보다 초기 분위기는 성공적이다. 출시 한 달 보름 만에 500만봉지가 팔렸다. 다음 달에는 짜장라면을 내놓는다.
김 회장은 "기존 라면에서 맛볼 수 없었던 짜장라면이 탄생했다"면서 "한국의 국과 찌개 문화를 라면에 접목시킨 냉이, 아욱국 라면도 내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8세 어린 나이에 창업해 현재 재계 27위 규모의 하림그룹을 일군 김 회장의 목표는 세계적인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이다. 이를 위해 HMR 시장뿐만 아니라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라면을 내세운 배경은.
△기존 라면들과 가격 경쟁이 아닌 요리로서의 라면을 선보여 시장 전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출발했다. 하림은 인스턴트식품의 대명사처럼 인식돼온 라면을 장인 셰프가 제대로 만든 요리수준으로 끌어올려 미식(美食)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면을 만들 때도 고기, 야채로 만든 육수로 반죽해 차별화했다.
제대로 만들어 제값을 받겠다는 신념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35년간 식품 사업을 하며 맛있고 건강하다면 굳이 알리지 않아도 오래도록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더미식 1호 메뉴인 라면을 시작으로 만두, 육수, 국·탕·찌개류 등을 선보일 것이다. 라면도 유탕면과 다양한 육개장면 등 요리식 라면으로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식품사업에 대한 원칙은.
△식품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음식을 직접 조리하기보다 구매하는 데 익숙하고, 식품을 패션처럼 트렌디하게 대한다. 품질에 대한 기준도 까다롭다. 고객들은 내가 먹는 식품이 어떤 식재료로, 어떤 조리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고 어떤 유통과정을 거쳐서 식탁에 올라와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 이러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식자재의 생산·조달에서부터 식품의 제조·가공·유통·배송의 전체 가치사슬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하림은 오랫동안 이러한 밸류체인을 얼마나 잘 연결시키고 통합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맛있는 음식은 신선한 식재료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하림의 식품철학이다. ‘자연소재와 신선함으로 삶을 맛있게’라는 슬로건, ‘미식 생활이 되다’라는 ‘더 미식’ 브랜드가 모두 이 같은 철학과 원칙에서 나온 것이다. 자연, 신선, 최고의 맛이라는 우리의 식품철학과 ‘신선하지 않으면 들이지 않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내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켜 나간다면 고객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
-영세기업과 상생 방안은.
△앞으로 ‘더 미식’으로 100가지가 넘는 HMR를 내놓을 계획인데 장기적으로 하림은 연구개발(R&D)과 유통을 책임지고, 생산을 중소기업에 맡길 예정이다. 정확한 기술력과 역할을 주면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 업체당 생산품목을 단순화시키면 생산성과 품질은 올라간다. 전국 각지에 기술력은 좋지만 판로가 약한 많은 강소 식품 업체들이 있다. 하림은 이들을 발굴해 노하우를 나누고 HMR를 통해 상생하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도시첨단물류단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미래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디지털 경제시대의 생활물류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고 유통과 물류,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필수 도시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의 옛 한국화물터미널 부지는 2016년에 국토교통부에 의해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물류유통복합단지 조성사업인 데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라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물류터미널이나 창고와 같은 일반물류단지시설과 대규모 점포와 같은 상류시설이 도시첨단물류단지시설로 새롭게 정의됐고, 문화 숙박시설과 같은 각종 지원시설, 공공시설 등이 함께 들어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의 강점은.
△도시첨단물류단지의 복합개발은 비즈니스 및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디지털 기반 경제에서 제조·물류·유통이 동일공간에서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자는 데 있다. 도시첨단물류단지 입주 시설들과 기능들이 상호작용하고 융·복합하려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필수적으로 함께해야 한다.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을 위해 하림은 6가지 비전구상을 갖고 있다. 먼저 배송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고, 단지 내 발생 음식물 쓰레기를 100% 자원화한다. 택배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근로 여건을 제공하고, 탄소중립을 선도한다. 또한 물류유통 융·복합 산업의 성장기반을 만들고, 도시와 농촌, 중소기업과의 상생발전을 지원해 스마트&그린 물류단지로 조성한다. 도시첨단물류단지의 도입 취지, 서울시의 글로벌 도시 경쟁력 제고, 산업 발전의 신동력 창출 등의 다각적인 목표를 두고 잘 추진할 생각이다.
-NS쇼핑을 완전 사업 자회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의결했다.
△하림지주의 자회사인 식품전문 채널 NS쇼핑을 하림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주식교환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으로 NS쇼핑의 식품전문 플랫폼 구축, 최대 역점 사업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강력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과 데이터 기술이 접목되면서 플랫폼 기업이 탄생했듯이 도시첨단물류단지는 R&D 시설, 도시첨단물류 시설, 대규모 상업 시설, 도시형 공장, 업무 시설, 컨벤션, 공연문화, 레저·스포츠 시설, 숙박·주거 시설 등이 동일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사업 구상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사업을 해오면서 거창한 목표를 세워 놓고 하지는 않았다. 어떤 일을 시작해서 갈고 닦아 완성도를 높이고 나면 그 다음 목표가 생기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하는 방식이었다. 작은 봉우리를 오르면 밑에서 보이지 않던 큰 봉우리가 보이고 그 봉우리를 오르면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이고 그 봉우리를 올라가겠다는 목표가 생기곤 한다. 하림은 농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특히 식품은 가치사슬을 얼마나 촘촘히 연결하고 관리하느냐에 경쟁력이 결정된다. 앞으로 하림은 농식품산업의 규모화·현대화·글로벌화, 생산성 혁신, 유통물류의 개혁 등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 약력>
△1957년 전북 익산 출생 △호원대학교 경영학 학사 △전북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1986년 하림식품 대표이사 △1993년 한국계육협회 회장 △2001년 하림그룹 회장 △2005년 남북농업협력추진협의회 정책위원 △2006년 하림재단 이사장 △2013년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2019년 재경전라북도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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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명진규 소비자경제부장
정리=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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