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장-매뉴얼의 괴리

2019년 물리력 행사 기준 마련
사전제압 중요한데 예측 어려워
사용 후 보고…문제될까 우려
경찰 대응 중 총기사용 0.3%
'총기사용 경찰' 도입 목소리도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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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촉발시킨 것은 당시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대응 때문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A 경위와 B 순경은 모두 사건 현장을 이탈했다가 뒤늦게 합류했다. 가해자를 제압하기는커녕 사실상 도망친 것이다. 경찰관이 현장을 벗어난 사이 남편과 딸이 가해자인 40대 남성을 제압했지만, 이미 아내는 크게 다친 후였다. 아내는 목 부위에 흉기를 찔려 중태에 빠졌고, 남편과 딸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 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 하루 만에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는 등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기대 의원은 이를 빗대 "교전 중인 군인이 도망가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도망가는 것과 같은 격"이라고 표현했다. 이 남성은 24일 살인미수, 특수상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 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 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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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의 1차적 원인으로는 경찰의 ‘보신주의’와 부실한 교육·훈련이 꼽힌다. 현장에 출동했던 A 경위는 권총을, B 순경은 전자충격기(테이저건)를 소지한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경찰중앙학교에 입교한 B 순경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6개월간 단 한 번도 물리력 대응 훈련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배치됐다. A 경위는 19년 차 베테랑 경찰관임에도 현장 판단과 대응이 매우 미흡했다.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경찰 본연의 임무와 사명감은 이 사건 현장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경찰관이 본인과 피해자를 보호할 때 무장한 장구류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현실이 있다. ‘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것’이라는 일선 경찰관들의 자조가 이를 대표한다.


경찰청은 2019년 예규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다. 비례의 원칙에 입각해 가해자가 흉기·둔기 등을 들고 치명적 위해를 가하는 상황에서 최대 권총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현장과 매뉴얼의 괴리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에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흉기를 단순히 들고만 있다면 매뉴얼상으로는 권총을 사용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가해자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사전에 범인을 제압하는 게 가장 효과적임에도 현재 매뉴얼로는 상황이 닥쳐야만 적용할 수 있다"며 "물리력을 사용한 뒤에는 반드시 보고를 해야 하는데 문제가 될까봐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자료=경찰청]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자료=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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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공권력]총 있어도 못 쏘는 경찰 원본보기 아이콘

실제 현장에서의 권총 사용은 극히 드물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올해 5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년 동안 경찰관이 사건 현장에서 사용한 물리력 4951건 가운데 권총 사용은 14건(0.3%)에 그쳤다. 이마저도 4건은 멧돼지 포획에 이용됐다. 급박한 상황이 적었다 볼 수도 있으나,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권총 사용을 꺼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은 총기 소지와 사용이 허용된 집단"이라며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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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욱 적극적인 경찰관의 총기 사용을 위해 ‘총기 사용 권한 경찰관(AFO)’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해 현장 경찰관 중 AFO를 양성하고, 순찰팀당 1~2명을 배치해 위험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치안연은 보고서에서 "총기 사용으로 인한 위험성과 일반 경찰의 부담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에 대한 신뢰도와 총기 사용 권한에 대한 자긍심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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