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총장 비상상고로 법령 위반한 판결 바로잡혀… 대법, 파기자판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법에 정해진 처단형의 범위를 넘는 벌금을 선고해 법령을 위반한 법원 판결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로 바로잡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 및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비상상고심에서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6월 11일 새벽 경남 양산시 동면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면허도 없이 모닝 차량을 운전하다 적발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도로교통법상 면허정지 수준인 0.071%였다.
검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 및 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했고, 2019년 10월 법원은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그리고 A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1심 재판부의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콜농도 0.05%이상 0.1% 미만인 사람은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었다. 법이 개정돼 현재는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인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또 당시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가능했다.
문제는 법원이 약식명령으로 A씨를 벌금형에 처하면서 법률적으로 가능한 범위(처단형)를 벗어난 액수의 벌금형을 부과했다는 점이었다.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은 형법상 상상적 경합(형법 제40조)으로 취급된다. 상상적 경합이란 행위는 하나이지만 여러개의 범죄에 동시에 해당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즉 범행 당시 A씨는 면허가 없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했는데, 행위는 운전이라는 1개였지만 법률적으로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이라는 2개의 도로교통법 위반죄가 성립한다는 의미다.
형법 제40조(상상적 경합)는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다.
상상적 경합은 복수의 행위를 통해 여러개의 범죄를 저지른 실체적 경합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형법은 실체적 경합의 경우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이나 무기징역(또는 무기금고)인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의 장기(징역형의 경우) 또는 다액(벌금형의 경우)의 2분의 1까지 가중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A씨의 경우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 2개의 범죄가 운전이라는 1개의 행위로 범해졌기 때문에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 때문에 2개 범죄의 법정형을 비교해 더 무거운 형으로 처벌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2개 죄의 법정형을 비교해 보면 벌금의 상한액은 300만원으로 서로 같지만, 징역형은 무면허운전이 더 중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무면허운전의 법정형인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처단형이 된다. 때문에 원심이 400만원의 벌금을 선고한 것은 법에 위반된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대검찰청은 1심 선고 1년여 뒤인 올해 8월 비상상고를 제기했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판결의 심판에 법령 위반 사실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통상 원판결이 법령에 위반된 점이 인정될 때 대법원은 원판결을 파기하지만 단지 법령의 해석·적용의 과오를 시정한다는 의미만 있을 뿐 피고인에게는 특별한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원판결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할 경우 대법원은 원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을 하도록 형사소송법은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 양죄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경우 형이 더 무거운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되, 벌금형을 선택할 경우 그 처단형의 범위는 5만원 이상 300만원 이하가 된다"고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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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럼에도 원판결법원이 위 양죄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본 다음 벌금형을 선택하고서도 위에서 본 처단형의 범위를 벗어나 피고인을 벌금 400만원에 처한 것은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며 "이를 지적하는 비상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므로 원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사건에 대하여 다시 판결하기로 한다"고 파기자판(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스스로 재판하는 것)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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