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00일 공수처, ‘수사경험 부족’ 한계 드러내… ‘제도 보완’ 과제로 남아
여권 수사 미뤄지고 윤석열 수사 집중되며 ‘尹수처’ 오명도
공수처법 개정해 검찰과 권한 배분 명확히 해야
지난 1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식에서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진욱 공수처장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6일 출범 300일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공수처의 출범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2년간 유지돼온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허문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부정부패 척결의 선봉에 설 것이란 기대를 받았던 공수처는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여러 한계점을 드러내며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게 사실이다.
‘수사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여러 미숙한 모습과 검찰과의 갈등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줬고, 야당 대선 후보에 수사력을 집중하며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자초했다. 부족한 수사 인력의 충원과 독립 청사 마련, 그리고 무엇보다 공수처법 개정을 통한 검찰과의 명확한 권한 배분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공수처가 설립 이후 사건번호를 붙여 정식 수사에 나선 것은 지금까지 모두 12건이다. 그런데 이중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채’ 의혹 사건 1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은 아직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조 교육감 사건도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를 받은 검찰이 아직 기소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나머지 11건 중 4건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관련된 사건이다. 공수처는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의혹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방해 사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제보 사주 의혹 등도 수사 중이지만 사실상 대부분 수사력을 윤 후보가 연루된 ‘고발 사주’ 의혹 등에 집중하고 있다. ‘공수처가 아니라 尹수처’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외압’ 혐의를 받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에스코트’ 논란부터 최근 불거진 대검 감찰부에 대한 ‘하청 감찰’ 논란까지 공수처의 미숙한 모습은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특히 체포영장이 기각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는 ‘인권친화적 수사’를 강조해온 공수처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 대목이다.
법조계에서는 김진욱 처장을 비롯해 여운국 차장, 최석규 부장검사 등 공수처 수사를 지휘하는 수뇌부가 모두 판사 출신인데다 수사처검사 중에도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가 없다는 점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검사를 수사해야 하는 기관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검사 출신들을 배제한 측면이 있지만, 수사전문가가 없는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얘기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검찰권의 견제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정치적 중립성 등 공수처의 도입 취지를 생각해보면 1호 사건으로 조 교육감 사건을 수사한 것이나 손 전 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해가 안 간다”며 “검찰과 비교해 수사 인력 등이 제한된 공수처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나 ‘불기소 결정권’ 등을 둘러싼 검찰과의 갈등은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부족한 수사 인력의 충원과 독립된 청사 마련 등 과제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고발 사주’ 의혹 등 현재 진행 중인 윤 후보 관련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대선 전에 어떤 식으로 매듭짓는 모습을 보여줄지가 공수처에 대한 평가의 결정적인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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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관계자는 "출범 이후 국민의 큰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굳건히 유지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사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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