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욕설·폭행 잦다" 문자 뒤 극단 선택…학폭만큼 무서운 '직장 내 괴롭힘'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끊이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제대로 된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효신 노무사는 YTN 라디오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 정도가 됐으나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있다"라며 "직장 내 갑질이라고 해서 모든 걸 갑질로 받아들여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 아직 '직장생활이 그런 거지, 그걸 법으로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이렇게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조금 더 홍보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따돌림 당해 밥 먹으러 가자는 말도 못 해"…20대 새내기 공무원 극단 선택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2년…직장인 10명 중 3명 "여전히 괴롭힘 당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일부 직장인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회사에 괴롭힘 사실 말했다가 괜히 보복당할까 봐 무서워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끊이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괴롭힘을 당한 이들은 사측에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괴롭힘이 줄기는커녕 되레 보복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대응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일부는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일부 직장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8시께 광산구 한 고층아파트 지상 화단에서 A씨(25)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광주에 있는 한 에너지 관련 회사에서 안전 관리직으로 1년 1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6일 저녁 7시부터 시작된 회사 회식을 마치고 주변 아파트로 향했다. A씨는 숨지기 직전 '특정 상사의 욕설과 폭행이 잦아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다'는 내용의 문자를 회사 노동위원에게 보냈다. 그는 이후 여자친구와 가족에게도 전화를 걸어 고충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직장 내 괴롭힘이 A씨의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해 1월 9급 공채로 임용된 공무원 B씨(25) 또한 지난 7월 대전시청 한 부서로 발령받은 후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생전 '1시간 일찍 출근해 상사가 마실 차와 커피 등을 준비하고 책상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B씨는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고, 이후 팀원들로부터 무시를 받는 등 괴롭힘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당시 지인과 나눈 메신저 대화에서도 "혼자만 행정직 공무원이라 나머지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준다", "업무를 물어봐도 혼자 알아보고 해결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따돌림을 당해 밥 먹으러 가자는 말도 못 한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듯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괴롭힘을 당하는 회사원들이 적지 않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설 것 ▲그 행위가 노동자한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피해자가 상대의 폭언 등을 일일이 녹음하는 등 관련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데 이 자체가 쉽지 않은 탓이다. 또 실제 사례에서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애매모호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여전히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직장인들은 적지 않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갑질 감수성 지표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9%였다. 즉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여전히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9월(36.0%), 12월(34.1%), 올해 3월(32.5%)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괴롭힘을 당해도 회사의 보복이 두려워 따로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복수응답 허용)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가 68.4%로 가장 많았다. '회사,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2.4%,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 국민권익위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62.3%),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7.2%) 등이 꼽혔다.
전문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제대로 된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효신 노무사(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는 YTN 라디오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 정도가 됐으나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있다"라며 "직장 내 갑질이라고 해서 모든 걸 갑질로 받아들여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 아직 '직장생활이 그런 거지, 그걸 법으로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이렇게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조금 더 홍보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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