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표 처리 문제로 당 선관위 이낙연 측 마찰
민주당사 근처 시민들 "이낙연 측 주장이 타당...모수 바꾸는 셈법 이해 안 가"
당 선관위 "경선 최종 후보자 선출, 선관위 전속적 권한...기존 입장 유지할 것"
민주당 "오늘(13일) 무효표 처리 관한 유권해석 실시"

12일 오후 민주당사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사사오입 반대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LED 트럭./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12일 오후 민주당사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사사오입 반대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LED 트럭./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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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모수를 바꾸는 건 이해가 안 간다.", "이재명에게 유리한 계산법 같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출됐지만, 당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무효표 해석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경선 후유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계산법이 아니냐며 민주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집회 다음 날인 12일 오후, 민주당사 앞은 차분했지만, 전날 집회의 여파 때문인지 곳곳에 다수의 경찰이 배치돼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인근에서 만난 농인으로 보이는 50대 자영업자 A 씨는 손가락으로 민주당사 쪽을 가리키며 어제 저녁에 사람이 많이 왔었다고 표현했다. 이어 무효표를 두고 혼란을 빚고 있는 문제에 대해 묻자, 이낙연 측이 주장이 더 타당해 보인다는 의사를 전했다.


맞은 편 골목에서 천막을 치고 액세서리 장사를 하는 60대 여성 상인 B 씨도 "사퇴 후보가 받았던 투표수를 인정하지 않고 모수를 함부로 바꿔서 대선 후보를 정한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사퇴 후보가 받은 표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낙연 말이 옳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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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사 근처 건물에서 근무하는 70대 관리인 C 씨는 "신문을 통해 이재명이 후보가 된 것을 봤다"라면서도 "민주당 경선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사법개혁 시민 언택트 집회' 측이 준비한 '사사오입을 반대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LED 차량이 국회의사당과 민주당사 부근을 배회하고 있었다. 또 국회의사당에서 약 50미터 떨어진 곳에는 트럭에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에 '사사오입 반대한다', '결선투표 시행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사사오입이란 넷 이하는 버리고 다섯이상은 열로 해 올리는 반올림의 전 용어다.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해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 제한 철폐를 목적으로 하는 헌법 개정 투표를 실시했는데, 당시 개헌정족수인 136표에 1명이 미달해 개헌안이 부결됐지만 자유당은 재적의원인 2/3는 135.33333이므로 반올림(사사오입)에 의해 135명으로도 정족수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은 무효표를 인정한 당 선관위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사오입'에 빗대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 지사가 과반 득표로 결선 없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은 '모수(母數)를 바꾼 유례 없는 계산법'이라고 주장한다.


총 투표수 145만9992표 중 득표가 끝난 이후 사퇴한 정세균 후보(2만3731표)와 김두관 후보(4411표)가 유효득표수에서 빠지면서 모수가 143만1593표로 작아져 이 지사가 50.29%(71만9905표)가 달성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사퇴한 두 후보의 득표를 유효득표수로 계산하면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은 49.32%로 이 전 대표와의 결선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12일 오후 국회의사당 근처 트럭 위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에 '결선투표 시행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다.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12일 오후 국회의사당 근처 트럭 위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에 '결선투표 시행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다.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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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오입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트럭 앞에서 만난 택시업에 종사하는 60대 남성 시민 D 씨는 무효표에 대해 "이낙연 주장대로 사퇴를 언제했나를 기준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라며 "당이 이재명에 유리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당한 경쟁을 통해 본선 진출 후보가 결정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40대 회사원 김 모씨는 "당에서 제대로 절차를 통해 민주적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했다고 본다"며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전 대표 측은 11일 경선 도중 사퇴한 후보들의 득표를 무효 처리한 당 선관위에 항의하며 결선 투표 실시를 요구한 상황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 투표에서 공개된 개표 결과를 단순 합산해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는 당규 60조 1항을 근거로 정세균·김두관 후보가 사퇴하기 전 각 순회 경선에서 이미 공표된 득표는 유효표로 합산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 선관위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당규 59조 1항에서 '해당 후보자' 투표가 무효이기 때문에 정세균·김두관 후보가 얻은 표는 모두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11일 밤 CBS 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경선 과정에 있어서 절차나 또는 경선 최종 후보자 선출에 대한 결정권은 선관위가 갖고 있는 전속적 권한"이라며 기존 선관위의 입장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송영길 대표도 1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 선관위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다시 거론할 법률적 절차는 없다"라며 이 전 대표 측 이의제기를 오늘(13일)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무위는 당 지도부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 시도당 위원장, 시도지사, 국회 상임위원장 등 70여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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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당무위가 송 대표가 임명한 당연직 당무위원이라는 점에서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가 수용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당무위의 결정은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13일 한 매체를 통해 "당무위는 민주당의 대법원 격으로, 당헌·당규에 대해 유권해석을 할 최종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라면서 "대법원 판결과 같은 당무위 결과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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