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25번째 일본인 출신 노벨 과학상 수상자로 지구온난화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25번째 일본인 출신 노벨 과학상 수상자로 지구온난화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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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일본이 25번째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기초과학 투자 미비에 따른 결과라며 우리나라 과학계에 대한 질타가 또다시 쏟아지고 있다. 당장 실용성이 높은 응용과학에만 매달리고 기초과학은 등한시하기 때문에 일본처럼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올 수 없다는 비판은 매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 6월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의 국가별 경쟁력 자료에서도 한국의 과학 인프라 순위는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8위인 일본보다 훨씬 높다. 인구 1000명당 연구개발(R&D) 연구자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연구개발 투자비 등 모든 과학 인프라 지표에서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해외 과학계에서는 한국이 노벨 과학상 수상을 바라는 걸 지나친 조급증으로 묘사한다. 일본의 첫 노벨 과학상도 1949년에 나왔다.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8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과학연구가 시작된 한국은 노벨상을 바라기엔 기초과학의 역사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일본은 사실 과학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출발 지점이 훨씬 빠른 나라다. 1949년 일본에 첫 노벨 물리학상을 안겼던 유카와 히데키 교토대 박사는 핵분열 현상과 관련된 중간자 이론 발견으로 수상했다. 그가 이 이론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태평양전쟁 발발 전후 일제가 비밀리에 추진하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에서부터 연구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5명이나 배출된 것도 역시 20세기 초반부터 일본의 의학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 당시 비타민B 부족 증상인 각기병으로 3만명의 장병들이 싸워보지도 못하고 전사한 이후 의학과 약학기술 분야 투자에 매진해왔다. 이미 1940년대부터 서구열강과 경쟁하던 일본의 기초과학과 이제 막 발걸음을 뗀 한국의 기초과학을 동일 선상에 놓을 순 없는 셈이다.


일본도 메이지유신기 초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초과학을 쌓아왔다고 한다. 영어 사이언스(Science)를 과거시험 종목을 뜻하던 단어인 ‘과학(科學)’으로 번역할 정도로 각종 오역과 오해를 넘어가며 자신들의 것으로 소화해온 150년이 오늘날 일본의 노벨상으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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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성장 촉진제를 놔서 기른다고 해도 벼를 추수하려면 가을까진 기다려줘야 하듯, 우리 과학계도 질타 이전에 먼저 성장할 시간부터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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