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 권순일 전 대법관 '화천대유' 고문 활동 정식안건 올리나
사법신뢰분과위, '퇴직법관 취업제한' 논의하기로
김태규 전 부장판사 "진실 규명 성명서 발표해야"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전국 각 법원의 법관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권순일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 논란을 계기로 퇴직 법관의 취업제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과거 '사법 농단' 사태나 '판사 사찰' 등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했던 법관대표회의가 권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 활동 문제를 정식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할지, 또 의결을 통해 법관대표회의 명의로 이번 사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낼지 주목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날 사법신뢰분과위원회 회의를 열고 퇴직 법관의 취업제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안건에는 권 전 대법관이 자신이 대법관 시절 직접 재판을 맡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하급심 판결문에 등장하는 화천대유로부터 퇴직 후 거액의 자문료를 받는 등 고문으로 활동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과위는 논의를 거쳐 권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 논란을 포함한 퇴직 법관 취업제한 관련 내용을 법관대표회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아직 회의 정식 안건으로 채택한 것은 아니며 분과위에서 안건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대법관직에서 퇴임한 뒤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화천대유 고문으로 월 1500만원의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됐다.
한편 김태규 전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의혹은 '착한 재판 거래'라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침묵하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던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맹비난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일목요연하게 나열한 뒤 "권 전 대법관에 대하여 재판 거래를 의심하는데 더 이상의 근거가 필요할지 잘 모르겠다"며 "물론 뇌물죄의 성립 여부 등은 수사를 통하여 밝혀져야 한다. 그렇지만, 재판 거래라고 의심하기에는 이 정도의 정황이면 충분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조용하다. 이전의 행태에 비하면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법원 판결의 염결성(廉潔性)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권 전 대법관이 판결과 연계하여 이익을 수수하였다면 사법부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이런 폭발적인 사건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미동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사법 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사익을 도모하기 위해 재판 거래라는 멍에를 졌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신속한 재판을 받기 위해 상고법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무리하게 이를 만들려다가 처신이 문제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그들 통장에 돈 1원이 더해진 것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공격하느라 1년에 회의를 대여섯 차례 열고 수시로 성명을 발표하던 조직이 전국법관대표회의이다"며 "불명확한 의혹으로 동료 법관을 탄핵하자고 목소리 높이고, 검찰에서 판사의 공개된 이력만 확인해도 법관 사찰이 있었다고 문제 삼던 조직이 전국법관대표회의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온 나라가 화천대유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화가 난 국민들은 그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전직 대법관이 있다"며 "당연히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그 진실을 밝히라는 성명서라도 발표하고, 필요하다면 특검이건 국정조사건 요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먼 산 보듯이 한다. 이러면 한통속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정권의 홍위병이 장악한 조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현재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거듭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상대편은 조그만 잘못이라도 저지르면 득달같이 일어나 온갖 구실로 공격하고, 내 편은 큰 잘못을 저질러도 좋은 의도로 그리하였을 것이라고 여긴다. 내 편이 하면 비록 재판 거래라도 당연히 ‘착한 재판 거래’라 생각한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과연 이러한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나. 그러니 전국법관대표희의를 정권의 홍위병이 장악한 조직이라고 보는 것이다. 공정성을 유지한 모든 법관의 조직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판사 재직 시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다가 정계로 진출한 판사 출신 여당 국회의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하는 현실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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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을 위해서라면 세상이라도 뒤집어버릴 듯이 목소리 높이던 법관 출신의 여당 국회의원 최기상, 이수진, 이탄희, 이분들도 아무런 말이 없다. 의아하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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