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총여 폐지했다, 여가부도 해야"…비판받고 또 '여가부 폐지' 주장한 이준석
이준석 "여가부 수명 다했다는 인식 사람들이 공감해"
"분열 정치" 비판받고도, 여가부 폐지 꾸준히 주장
전문가 "여가부가 젠더갈등 조장? 근거 없어"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경희대 총여학생회(총여)가 폐지된 것을 거론하면서 또 한 번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여가부가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며 젠더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성평등 정책을 비롯한 청소년, 다문화 가정 지원 등 중대한 정책을 실행 중인 여가부를 무작정 폐지해선 안 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또 대학의 '여총이 폐지됐으니, 여가부도 폐지하라'는 주장은 적절한 비유 대상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는 여가부가 젠더갈등을 부추긴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여가부 폐지를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갈등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준석 "경희대 총여 폐지했다, 여가부 수명도 다했다는 인식 있어"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최근 경희대 총여가 폐지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총여 폐지는) 조직이 수명을 다하고 비용만 나가는 상태가 되니 당연한 선택"이라며 "여성들 스스로 여성을 위한 특별한 조직이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민주적으로 압도적인 표차로 낸 결론이라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건과 비슷하게 보편적인 여성들 간에도 여가부의 수명이 다했다는 인식에도 상당한 공감이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경희대 총여가 폐지됐으니 '보편적 여성들'은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 역시 동의할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면서 제시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여가부에서 하는 역할이 크지 않기 때문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 인터뷰에서 "여가부는 사실 거의 무임소 장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한 부서를 가지고 그냥 캠페인 정도 하는 역할로 전락해버렸다"라며 "그렇게 해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불평등 문제가 있다고 해도 잘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여가부의 존재가 성평등을 실현하기보단 젠더갈등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지금까지 꾸준히 예산을 받아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젠더갈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건 운영 형태 등이 지금 형태로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여가부 폐지' 주장,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
그러나 일각에선 이 대표 주장은 대체로 사실과 다르며 단편적인 시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앞서 이 대표가 여가부 폐지를 언급해 논란이 일었을 당시 여당은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를 규탄한다" "전형적인 일베식 사고"라며 이 대표를 비난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조수진 최고위원과 현재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윤희숙 전 의원 등이 "청소년, 다문화 가정, 성폭력 피해자 보호 등 기능의 공백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구상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며 이 대표 주장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물론 여가부가 여성의 권익 향상이나 성평등 실현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지적은 있다.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고위공직자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여가부는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해 비판을 받았다.
또 '게임 셧다운제'와 관련해 주무부처인 여가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심야 게임 이용을 제한해 수면 보장과 게임 중독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제정된 법이었으나, 여론의 반발과 실효성 논란 등으로 최근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 여가부, 성평등 정책 말고도 다양한 정책 추진…예산은 정부 전체 0.2% 수준
그러나 단지 이런 이유만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여러 정책을 실행하는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여가부는 성평등 가치실현을 위한 사업 추진을 비롯해 청소년,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1인 가족 등에 대한 지원과 대책을 마련하는 부서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합적 지원을 하는 것 역시 여가부의 역할이다.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저희가 역할을 충실히 다 수행하지 못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면서도 "(여가부가 폐지되면)성평등 가치실현을 위한 다양한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관련해 "성폭력 문제는 법무부 또는 복지부(보건복지부)로 가면 된다, 이런 말씀하시는데, 성폭력 피해자들은 굉장히 전문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심리상담뿐 아니라 의료, 법률적인 지원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여가부가 한다. 일반 복지 대상자처럼 접근해선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가부의 가족 정책은 (복지부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한 포용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여가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여가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예산과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여가부 예산은 1조2325억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558조원)의 0.2%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는 여가부가 젠더갈등을 부추긴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여가부 폐지를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갈등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 소장은 "정치권에서는 종종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면서 여가부가 젠더갈등을 조장한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고용과 승진, 임금격차, 군대 등 사회·정치·문화적으로 불거지는 여러 갈등을 단지 젠더갈등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정치권에서는 종종 지지자 결집 등의 목적을 갖고 여가부 폐지를 거론하는데, 이런 태도야말로 사회적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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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여가부에 해당하는 역할이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여총이 대학에서 운영이 잘 안 되는 흐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정부 부처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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