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M&A 놓고 美·中 갈등 격화…패권 전쟁 '치열'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으면서 반도체 업계가 추진하는 인수합병(M&A)도 영향을 받고 있다. M&A를 위해 필요한 관련국 반독점 규제당국의 승인 심사를 한층 강화해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달 말 미국 재무부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대신해 서한 한통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서한에서 "CFIUS가 매그나칩 매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리스크를 확인했다"면서 매그나칩 측이 이를 없앨 수 있는 별다른 조치는 내놓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지난 3월 매그나칩과 맺은 주식 매매 계약에 대한 미 재무부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매그나칩 매각건은 미국, 한국, 중국 등 관련국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미 재무부의 판단을 향후 최종 결정을 내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버금가는 대중 강경책을 펼쳐왔다.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해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판매하는 네덜란드 ASML에 대해서도 장비를 중국에 팔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했다. 한국, 일본 등과도 공급망 동맹을 구축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해나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매그나칩에 대한 미 재무부의 판단에 대해 중국은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사설을 통해 "미국이 이번에 이 거래를 막는 것에 성공한다면 이는 글로벌 첨단기술 인수 합병에 대한 굉장히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중국도 이전에 미국 반도체 기업의 M&A를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서 이를 막아선 바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2016년 10월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를 인수하려 했으나 중국 반독점 당국이 승인 시한을 미루는 등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결국 44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딜이 깨졌다. 2019년에도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을 인수하려 했지만 결국 중국이 승인을 지연하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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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M&A 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미·중 갈등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일본 키옥시아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SK하이닉스도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놓고 중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 AMD의 자일링스 인수합병에 대한 경쟁 심사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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