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영변 원자로 2년반만의 재가동, 핵카드 다시 꺼내나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이지은 기자] 북한이 2년 반 만에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의도가 미국에 핵무기 생산 능력과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핵 폐기 카드를 다시 내세우며 대화에 나설지 혹은 무력 도발을 감행할 것인지 주목된다.
한미 정부가 북한의 영변 플루토늄 원자로 재가동을 사전 인지하고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온 만큼 양국이 대북 정책에 대한 공조 모드를 더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플루토늄 원자로 재가동 배경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올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영변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을 지속적으로 가동한 점을 근거로, 플로토늄 원자로가 재가동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5개월은 북한이 과거 5㎿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 전체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데 걸린다고 밝힌 시간이다.
실제 북한은 2016년 4월에도 영변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이 포착된 뒤 5개월 만에 5차 핵실험을 했다.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 가능성이 강하게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평안북도 영변의 5㎿ 원자로는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북한의 핵심 핵시설이다.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을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한다. 5㎿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은 영변 핵시설 가운데 핵무기에 탑재하는 플루토늄 생산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변 5㎿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플루토늄을 생산해 핵무기 보유를 확대하는 작업에 돌입했거나 이를 통해 미국 등 외부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2007년 북핵 6자회담 합의에 따라 5㎿ 원자로 불능화를 약속하고 2008년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 바 있다.
이후 핵시설 신고와 검증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하다가 ‘불능화 중단’을 선언한 뒤 2018년까지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인 12월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명백한 결의안 위반…美, 제재 강화할까 = 일각에서는 김 총비서가 원자로 재가동을 북·미 협상 카드로 제시하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김 총비서가 “미국이 제재를 일부 해제하면 영변지구의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하에 영구 폐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회담은 결렬됐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꾸준히 핵 능력을 제고해온 증거로 앞으로 핵능력 고도화를 계속해 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한다고 했지만 실현된 게 없는 만큼 ‘말만 하지 말고 실질적 행동을 보여 달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 정부가 재가동 징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긴밀히 협의해온 만큼 남북 및 북·미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IAEA 보고서 발표 이후 양국 정부 반응이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북한 핵미사일 활동 지속 감시 중"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은 점도 이를 방증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도 예전처럼 민감하게 반응한다거나 비난 담화를 발표하는 등 강경하게 나서지 않을 것 보인다"며 "북한이 무력 도발에 나서지 않을 경우 현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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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유엔 차원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국제여론이 환기되는 효과는 있지만 이번 재가동 징후로 새로운 제재가 만들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 새로운 변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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