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좀 더 하고 오세요’라는 비아냥은 최근 정치판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인 듯하다. 상대적으로 젊고 유능해 보이는 정치인들이 주로 구세대 인물들을 공격할 때 쓴다. 아울러 본래 정치인이 아니었다가 느닷없이 대선판에 소환된, 이른바 ‘준비가 덜 된’ 초보들을 공격하는 데도 이보다 좋은 말은 없다. 유사 표현으로는 ‘책 좀 더 읽고 오시고요’도 있다.
대선은 가장 똘똘한 스머프를 뽑는 경연장이 아니다. 스머프 마을을 괴물 가가멜로부터 지키는 건 똘똘이 스머프의 지능이 아니라 공동체의 합심을 이끌어내는 파파 스머프의 지혜다. 주로 야권에 포진해 있으면서 여권에도 한두 명 존재하는 대선판의 똘똘이 스머프들, 그들이 리더십과 비전도 아닌 공부와 책 몇 권을 운운하는 저급함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각종 수치나 용어, 이론이나 논문 따위에 해박하다고 해서 그들이 갑자기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를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어떤 대선 후보는 그 정도 능력을 가진 후보를 ‘딱 기획재정부 국장 하면 될 사람’이라 비꼬기도 했다. 그의 조언이 아니라도 우리 국민들은 전교 1등의 자긍심을 넘어 마침내 비전과 인품까지 획득한 이 시대의 리더를 가려내는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언사에 한마디 짚고 넘어가려는 것은, 그것이 비뚤어진 공정론의 한쪽에 편승하는 측면이 있어 보여서다. 불현듯 발산하는 본인의 학습 능력에 대한 과신이나 우월감, 지식을 일종의 자격이나 신분쯤으로 여기는 태도. 그 바탕에서 유력 후보들을 향해 ‘공부가 덜 됐으면 다음 대선에 나오라’고 핀잔 주는 것은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을 모욕하는 일이다. 그럴 시간에 본인의 지지율은 왜 선동열 방어율에도 미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곰곰이 성찰하는 편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보람차겠다.
사실 이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사람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다. 대학입시 전국 수석 출신인 그는 2012년 대선 토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 날 선 질문들을 쏟아냈다. 이것이 얼마인지 아느냐, 이것은 외우느냐 따져 묻던 그는 사전에 의도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 대선에 나왔다’는 말을 내뱉고 정치 생명을 사실상 마감했다. 아쉬운 것은 그의 몰락이 아니라 ‘얼마나 아느냐’를 묻던 지적질이 상대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기는커녕, 지지층 결집을 불러오면서 되레 박 후보의 당선에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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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선판에는 이 사회가 제대로 검증해볼 기회를 갖지 못했으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후보들이 여럿 있다.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은 어느 것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그 검증 작업은 그들이 얼마나 많이 아느냐 혹은 특정 이슈에 대한 진단이 얼마나 정교한가 등을 훌쩍 넘어야 한다. 대신 어떤 삶의 궤적을 살아왔으며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가,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의 무수한 과제를 어떤 가치관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대선판의 헛똑똑이들이 내세우는 ‘공부가 더 필요한 후보’라는 프레임은 갑작스레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정치 초보들을 너무 낮은 검증대에 올려놓는 우를 범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것은 이정희라는 똘똘이 스머프가 정작 무찌르려 했던 가가멜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던 코미디를 반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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