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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예술품 등에 대한 조각투자, 증권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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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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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의 전성시대다. 돈이 된다면 어떠한 자산이라도 쪼개서 조각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부동산과 채권에 대한 조각투자는 자산유동화라 해서 오래 전부터 행해졌지만 최근에는 그 대상이 미술품과 음악 저작권 등 아트테크, 명품 시계와 한정판 신발, 한우, NFT(디지털 자산 진품증명서)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식과 코인시장이 잠잠해지자 고수익을 추구하는 MZ세대의 관심 또한 조각투자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이들 모두 비슷한 투자 수단으로 보이지만, 그 법적 성격은 증권에 해당하는 것도 있고 단순한 소유권에 불과한 것도 있는 등 큰 차이가 있다. 법적 성격이 증권으로 분류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바로 자본시장법 규제가 증권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 규제가 적용되면, 그 투자상품을 발행·판매할 때 법이 정한 엄격한 공시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그 거래를 중개하는 자는 투자중개업자로 인가를 받아야 하며, 누구든 불공정거래시 엄중한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영세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어떤 투자상품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일차적 기준이 되는 개념이 바로 투자계약증권이다. 우리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의 정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1946년 판결에서 확립한 ‘Howey 기준’을 조문화한 것이다. 투자이익을 기대하며 주로 타인의 노력에 따라 운영되는, 공동의, 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해,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다. 미국에서는 1946년 이래 지금까지 수 많은 투자수단들이 이 ‘Howey 기준’의 검증에 따라 규제되었는데, 그 중에는 위탁영농에 따른 수익배분이 결합된 토지지분 매매, 프랜차이즈 계약, 피라미드식 판매, 리조트 콘도미니엄 회원권, 은빛여우·암소·지렁이 사육 등 상식적으로 증권으로 보기 어려운 투자수단들이 증권으로 판정된 바 있다.


투자계약증권의 판단 기준에서 특히 ‘투자이익’, ‘타인의 노력’, 그리고 ‘사업’이 중요한 요소들이다. ‘투자이익’ 목적은 소비나 상거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고, ‘타인의 노력’은 투자자의 관여가 거의 없이 자금 모집자가 주도한다는 것이며, ‘사업’은 실패 위험이 있는 영리추구 활동을 의미한다. 최근 등장한 조각투자들의 증권성 여부에 대해서 아직 학계의 정설은 없는데 개인적으로 이 요소들을 바탕으로 판단해 본다.


부동산 조각투자 지분은 흔히 ‘디지털 부동산신탁 수익증권 토큰’ 내지 ‘디지털 자산유동화증권’(DABS, Digital Asset Backed Securities)으로 불리는데, 이 경우 투자자는 부동산 공동소유권과 더불어 신탁사의 해당 부동산 운영에 따른 임대수익 등도 얻을 수 있어서 투자계약증권의 제반 요소를 다 갖추게 되므로 증권으로 볼 수 있다.

미술품과 음악 저작권의 경우, 투자자들이 공동소유권을 가진 상태에서 해당 미술품과 음악의 가치에 대한 시장 평가에 따른 가격 상승만 누린다면 ‘사업’이 없어서 증권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자금모집을 주도한 플랫폼 업체가 미술품 임대 등으로 창출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할 경우 ‘타인의 노력’에 의한 ‘사업’ 요소가 있어서 증권에 해당될 수 있다. 명품 시계나 한정판 신발의 경우 임대 수익 등은 기대하기 어렵고 미래 가치 상승에 의한 투자이익만 도모할 것으로 보이므로 공동소유권만 있을 뿐 사업성이 없어서 증권으로 보기 어렵다.


한우 조각투자의 경우, 한우 사육농가가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활용하여 송아지를 사서 키운 후 팔아서 수익을 나눈다. 여기에는 사육농가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사업’이 존재하므로 증권으로 볼 수 있다. NFT의 경우, NFT 자체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진품 증명서에 불과하므로 증권은 아니지만 NFT가 표창하는 기초 자산의 활용 여하에 따라 단순한 소유권인지 아니면 ‘사업’성이 있는 증권인지 여부가 판단될 것이므로 미술품에 대한 분석을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기술 발전에 따라 경제활동도 더욱 복잡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는데, 새로운 투자수단인 조각투자가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경제적 혁신도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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