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오해나 의심은 거두길 바란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모두 일면식도 없다. 그 부근에 가 본 적도 없다. 따라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두 사람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강점일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윤 전 총장의 최근 대선 행보를 비평하자면 한마디로 ‘준비 부족’이 역력하다. 그 원인이 ‘자질 부족’인지 아니면 ‘시간 부족’인지는 좀 더 살펴볼 일이지만, 그 동안 무엇 하나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최 전 원장의 대선 참여는 윤 전 총장보다 늦었다. 따라서 준비 부족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그 부족분을 국민의힘 ‘전격 입당’으로 커버해 버렸다. 그 결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전폭적인 환영을 받았을 뿐더러 윤 전 총장과 대비되는 극적 효과까지 얻었다. 물론 윤 전 총장의 공감력 떨어지는 서툰 행보가 ‘반면교사’이겠지만 아무튼 최 전 원장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듯한 ‘좌고우면의 왕짜증’에 대한 우려만큼은 깨끗하게 씻어냈다.
차기 대선이 불과 8개월여 남았다. 아직도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는 대선주자라면 그건 무지 아니면 무능에 가깝다. 국민은 그런 리더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윤 전 총장이 최 전 원장에 뒤이어 국민의힘에 조기 입당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그것이 ‘타이밍의 정치’다. 애초부터 준비 부족이라면 차라리 접는 게 낫다.
지난 주말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 이후 첫 정치 행보를 부산에서 시작했다. 같은 당 의원의 지역구 행사에 참석키 위해 부산 해운대를 찾은 최 전 원장은 먼저 인근의 하천변을 돌며 빗속에서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였다. 뭔가를 꼭 보여 주려는 듯한 ‘과잉 액션’도 없었으며, 사전에 기자들에게 귀띔을 해주는 그런 노련함도 없었다. 그저 비닐 우의를 입은 채 쓰레기를 줍는 수수한 모습과 그 곁을 지켜주는 아내가 있었을 뿐이다. 애써 꾸미지 않으면서도 낮은 자세를 갖춘 소박한 인간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전 원장의 이런 첫 정치 행보는 윤 전 총장과 묘하게 비교된다. 윤 전 총장은 갑자기 모교인 서울대를 찾아 원자력 전공 교수를 만나더니, 그 후엔 첫 정치 행보로 대전을 찾았고 거기서 또 원자력 전공 학생들을 만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성토했다. 사전에 기획된 ‘보여주기식’의 과잉 액션이며 ‘반문연대’의 구태의연한 레퍼토리를 반복한 셈이다. 그리고 그 과잉은 결국 윤 전 총장의 ‘탄소중심’ 마스크로 표출됐으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일본 극우정권의 주장을 연상시키는 궤변으로 진화돼 버렸다. 준비 부족이 아니라 ‘자질 부족’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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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양쪽으로 가르는 최대 이슈는 어쩌면 ‘도덕성 문제’가 아닐까 싶다. 보수의 가치는 도덕성 위에서 더 빛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목은 아직 평가를 하기엔 좀 이르다. 처가의 비리 문제로 난타를 당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이지만 사실관계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는 최 전 원장도 진짜 그런지는 이제부터가 제대로 된 검증이다. 만약 이 대목에서 윤 전 총장이 밀린다면 더 이상의 동력은 없을 것이다. 그럴 경우 윤 전 총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국민의힘 내부로 옮겨갈 것이며, 덩달아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의 판은 더 커지고 그만큼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결코 나쁘지 않다. ‘후보 단일화’ 운운하며 크고 작은 ‘텐트’를 치던 구태도 이번엔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갈수록 어목혼주(魚目混珠)의 난세가 확연하다. 그럴수록 담박(澹泊)해야 명지(明志)하다는 ‘위기의 리더십’이 더 요청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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