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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용산공원에 공공주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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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용산공원에 공공주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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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 용지 일부를 공공주택으로 만들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100만평에 가까운 대규모 공원이 서울 중심에 생기는 일이 좋기는 하지만 부족한 공공주거를 시내 중심에 공급하자는 주장도 만만찮게 참신하고 매력적이다. 환경단체 등 원안을 고수하는 측의 주장은 공원은 많을수록 좋고 논의가 종결되었으니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미군이 반환하는 땅의 용도를 공원으로 명시한 법령이 통과되었고 국제설계 공모를 통해 조성계획안이 확정됐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개인 의견을 묻는다면 공원을 다소 축소하고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편이다. 다만, 강남스타일 아파트가 아니고 일자리와 상업시설이 함께 있는 도시적인 주거를 지어 공원과 건축이 조화를 이룬다는 조건이 있다. 그렇다면 공원 면적을 절반까지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공원이 지나치게 크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100만평이 약간 넘는 정도이니 비슷한 규모지만 용산공원 바로 뒤에는 남산이 있다. 물론 산과 평지에 조성되는 공원은 다른 성격이지만 공원은 실제 발을 딛고 자연을 느끼는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적 측면이 있으며 조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둘째, 시내 중심의 주거는 여러 관점에서 놓칠 수 없는 가치다. 특히 도심에 이처럼 대규모로 공급할 기회는 흔치 않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단기적인 대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시혜적 측면만도 아니다. 여러 계층이 도심에서 일하고 살아야 도시는 활기를 유지할 수 있다. 비싼 집값으로 젊은이들이 서울에서 밀려난다면 도시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다. 성장산업 일자리와 주거를 동시에 제공한다면 서울 전체를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 수 있겠다.


셋째, 형태적으로 건물이 있어서 대조될 때 도시공원은 빛이 난다. 남산의 조망을 해치지 않는 저층고밀의 주거가 들어선다면 서울 전체의 경관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공원과 건축, 자연과 도시가 대조를 이루는 모습은 부동산 문제로 피폐해져 가는 전국의 도시에도 긍정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서울에서 도시계획 관련 심의에 상정되면 분명 부결되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너무 답답하니 틈을 벌릴 것, 건물과 공원이 너무 가까이 있으니 물러서 지을 것 등으로 수정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양보해서 만든 공원들이 여의도에, 뚝섬에, 여러 신도시 곳곳에 중앙공원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형태가 흐트러지니 도시와 공원의 관계가 긴밀하지 못하고 밋밋하다. 활용도 마찬가지로 저조하다. 강력한 선형의 형태로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는 경의선 공원이 사람을 모으고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시의 공원은 나무가 있는 공터 이상의 입체적, 형태적 계획이 중요하다.


1857년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조경가 프레드릭 옴스테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 최초로 본격적인 도시공원을 설계한 탁견이다. 이 말을 용산공원의 현실에 빗대보면 이렇게 바꿀 수 있겠다. "지금 여기에 주거를 짓지 않는다면 장차 우리는 이 공원을 차를 타고 가야 할 것이다. 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아가듯 말이다."


용산공원 공공주택은 공원 조성이나 부동산 대책 같은 단일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 서울의 도시 공간구조를 바꾸는 전환점이라는 큰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경훈 국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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