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장사해도 마수걸이도 못해"
식사 시간에도 거리는 텅텅 매장은 한산
방역당국 "4차 유행 진입단계…방역 적극 동참해달라"

8일 낮 12시,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있는 '건대 맛의 거리' 모습.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8일 낮 12시,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있는 '건대 맛의 거리' 모습.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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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여기서 30년을 장사했는데 이렇게 사람 없는 건 처음이다."


코로나19가 다시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8일 오후 지하철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30년째 양말 등 잡화를 판매해온 70대 A 씨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일째 1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확진자가 다시 급격하게 늘면서, 20~30대 청년들은 물론 직장인 등 인파로 가득해야 할 건대 거리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역 주변 건물 입구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던 노점상인들은 "굶어 죽게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연신 손부채질을 하던 B씨는 "요즘엔 하루종일 나와 있어도 마수걸이도 못 한다. 어젠 고작 3000원 벌었다"며 줄어든 수입에 혀를 내둘렀다. 같은 자리에서 23년째 과일을 판매해온 C씨도 "장사가 안돼서 자두 다 썩게 생겼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점포를 가진 자영업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국적인 인테리어로 '건대 핫플레이스'라고 소문난 한 카페는 올해 아르바이트생 6명을 해고했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D씨는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후로 장사가 잘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장사가 좀 될 만하면 매번 코로나(확산세)가 심각해진다"며 "지금은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받았냐'고 묻자 D씨는 "감사하게도 받긴 받았다. 그런데 매달 나가는 월세만 500만원인데 그 돈 받아서는…"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기자가 이 카페에 머문 1시간 동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식자재를 배달하러 온 택배원뿐이었다. 손님이 없어 조용한 매장엔 노트북을 만지는 D씨의 마우스 소리만 딸깍 울렸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점주 E씨도 "장사가 안돼서 큰일이다. 밥시간에 이렇게 사람이 없으면 장사들 다 죽는다"고 걱정했다. 점심시간임이 무색하게 매장은 텅 비어있었다.


노점상총연합이 건대입구역 근처에 내건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노점상총연합이 건대입구역 근처에 내건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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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를 찾은 사람들도 여느 때와 달리 텅 빈 거리에 놀란 눈치였다. 한 대학원생 무리는 "사람 진짜 없다. 우리도 도시락 싸서 다녀야 되나? 귀찮은데"라는 대화를 나누며 지나갔다. 점심을 먹으러 건대에 왔다는 20대 여성 정모씨와 한모씨도 "건대에 이렇게 사람 없는 건 오랜만"이라며 "빨리 밥 먹고 집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방침에 풍선처럼 부풀었던 자영업자들의 기대는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지난달 20일 방역당국은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모임 인원 확대,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연장 등 방역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의도, 홍대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이날 오후 6시 기준 일일 신규확진자는 1039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확진자만 839명(80.8%)이다.


자영업자들은 4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지 않기만을 손꼽아 바라고 있다. 4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될 경우 오후 6시 이후 2인까지만 모임이 허용된다. 클럽·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은 집합이 금지된다. 사실상 저녁모임이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8일 저녁 7시께 '건대 맛의 거리'.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8일 저녁 7시께 '건대 맛의 거리'.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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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정부의 섣부른 거리두기 완화를 꼬집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중국요리점 점주 F씨는 "거리두기 (조치) 완화한다 해서 조금 기대했는데 다 망했다"며 "4단계 되면 장사 접어야지 뭐 어쩌겠냐"라고 말했다. 또 인근에 있던 주변 상인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할 때 (정부가 방역정책 고삐를) 확 조여서 씨를 말렸어야 한다. 오락가락 봐주고 봐주고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비판했다.


방역 완화를 시도한 정부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는 사람도 있다. 한 시민은 "자영업자들 다 죽는 소리하니까 (거리두기 조치를) 좀 푼 건데 이렇게 또 (코로나19) 터질 지 누가 알았겠냐"고 반문했다.


해질 무렵이 되자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건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매장이 북적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식당·술집·카페 등엔 하나둘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기자가 '저녁에는 장사가 제법 되는 모양'이라고 말을 건네자 한 삼겹살집 주인은 "평소와 비교하면 택도 없는 수준"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직장 동료와 함께 술집을 나선 한 40대 남성은 "저번주에도 (건대를) 왔었는데 그때보단 사람이 줄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방역당국은 현 상황을 4차 유행의 진입단계로 보고 방역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방침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7일 "만일 2∼3일간 상황이 잡히지 않으면 새로운 거리두기의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9일 오전 수도권에 대한 거리두기 단계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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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게 방역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급증으로 시작된 지금의 유행을 빠르게 꺾고 사회 전체적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우리 국민의 단합된 멈춤이 간절히 필요하다"며 개인 방역강화를 당부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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