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산책]정형화된 원초적 욕망…모란은 그렇게 왕실 혼을 지켰다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안녕, 모란’ 모란 담긴 왕실유물 120점 전시
일부 병풍·가마는 흉례에 쓰여…정형화로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강조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 ‘안녕, 모란’ 언론공개회가 열렸다. 모란꽃을 매개로 조선왕실 문화를 살펴보는 이번 전시에서는 창덕궁 활옷, 모란도 병풍, 궁궐 그릇 등 모란꽃을 담은 유물 120여 점을 관람할 수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예부터 모란은 길상(吉祥)으로 통했다. 기원은 북송 유학자 주돈이(1017~1073)의 ‘애련설.’ 모란을 부귀한 자로 비유했다. 원초적 욕망의 도상은 주로 무늬로 표현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부터 조선 말까지 꾸준히 사용됐다. 특히 조선왕실에서 각종 생활용품과 장식품에 즐겨 장식해 번영과 풍요를 기원했다.
혼례용품이 대표적인 예다. 신부 혼례복, 진주선(眞珠扇), 방석, 댕기 등에 모란을 풍성하게 수놓았다. 혼례에서 주요하게 사용된 병풍도 마찬가지. 현전 최고(最古) 혼례 의궤인 ‘소현세자가례도감의궤(昭顯世子嘉禮都監儀軌·1627)’에서부터 모란도 병풍이 확인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지난 7일 연 특별전 ‘안녕, 모란’에는 모란이 담긴 왕실유물 약 120점이 전시돼 있다. 모란을 부귀영화의 상징으로 부각한 나전 가구, 화각함, 청화 백자, 자수 물품, 혼례복, 가마 등이다. 그런데 끝자락에 배치한 병풍, 가마, 의자에서 모란의 의미는 조금 달라진다. 조선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가리킨다.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 ‘안녕, 모란’ 언론공개회가 열렸다. 모란꽃을 매개로 조선왕실 문화를 살펴보는 이번 전시에서는 창덕궁 활옷, 모란도 병풍, 궁궐 그릇 등 모란꽃을 담은 유물 120여 점을 관람할 수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신주(神主)를 옮기는데 사용한 가마에서 모란은 사방에서 보인다. 크고 작은 나무 칸에 모두 꽃송이 무늬를 새기고 붉게 칠했다. 왕실의 각종 제례를 글, 그림, 표로 정리한 병풍 ‘제례의궤도(祭禮儀軌圖)’ 제1폭에 그려진 신여(神輿·종묘 제례에 쓰던 상여)와 같은 형태다. 중소 규모의 제단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했다고 전한다.
김동영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국왕과 왕비를 조상신으로 모시는 흉례(凶禮)에 쓰인 기물 대부분이 모란으로 장식됐다"며 "망자가 생전에 누렸던 영화처럼 저세상에서도 편안하기를 기원하면서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소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란이 표현된 대표적인 흉례 유물로는 병풍이 꼽힌다. 주로 망자의 관과 신주를 모신 교의 주위에 네 폭 또는 여덟 폭으로 배치했다. 이번에 전시된 ‘괴석모란도 병풍’과 ‘모란도 병풍’도 다르지 않다. 모란이 뿌리에서 뻗어 올라가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그려졌다. 괴석 사이나 흙 언덕 위로 자란 꽃송이들을 가득 표현했다.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 ‘안녕, 모란’ 언론공개회가 열렸다. 모란꽃을 매개로 조선왕실 문화를 살펴보는 이번 전시에서는 창덕궁 활옷, 모란도 병풍, 궁궐 그릇 등 모란꽃을 담은 유물 120여 점을 관람할 수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김재은 학예연구사는 "화훼도의 자연스럽고 입체감 있는 구성이나 구도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평면·기계적으로 일정한 모양의 꽃송이를 나타냈다"며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강조해 의례 대상의 권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 점 한 점 개성을 살려 그린 그림이 아니라 정해진 화본(畵本)에 따라 반복적으로 생산한 그림이다. 정형화된 특성은 그와 같은 쓰임새와 제작 방법에서 유래한다."
모란도 병풍은 의례에서 한 점이 독립적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나 흉례에서는 여러 점이 조합되거나 확장돼 사용됐다. 김수진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는 논고 ‘성소의 구현: 조선왕실 모란병의 의미와 용도’에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모란병은 모란병 단독이 가진 화려한 기복성과 상징적 의미를 토대로 왕실에서 어느 정도 독립적 지위를 획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례에서는 오봉병 및 소병과 함께 3종 세트로 사용됨으로써 의구로서 역할이 강화될 수 있었다. (…) 이러한 기능적 특징 위에서 모란병은 조선왕실이 구현하고자 했던 의례와 예치를 왕실 고유의 시각문화로 구현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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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 ‘안녕, 모란’ 언론공개회가 열렸다. 모란꽃을 매개로 조선왕실 문화를 살펴보는 이번 전시에서는 창덕궁 활옷, 모란도 병풍, 궁궐 그릇 등 모란꽃을 담은 유물 120여 점을 관람할 수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안녕, 모란’은 그 기능을 부각하고자 특정 공간 전체를 모란도 병풍으로 둘렀다. 아울러 미디어 병풍을 배치하고 관람객이 병풍 앞에 다가가면 흉례 절차 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이세영 전시디자이너는 "국왕의 어진을 모시고 제사 지내는 선원전(昌德宮)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조성해 모란 병풍과 향로를 함께 전시했다"며 "여기서 모란은 왕의 혼을 수호하고 그들이 나라를 굽어 살펴주기를 바라는 뜻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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