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에 올라 몸을 던진 13살 중학생은 몸캠 피싱에 괴로워했다. 몸캠 피싱은 영상통화 등을 통해 피해자의 특정 신체 부위 등을 촬영한 뒤 이를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다. 20대 취업준비생은 검사를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기범들에게 11시간 동안 끌려다녔다. 돈을 갈취당하고 사기범들과 연락이 두절되자 죄책감에 시달렸다. 저렴하게 나온 중고차를 사려던 60대 남성은 판매상들로부터 8시간 동안 감금당하고 강제로 대출까지 받았다. 그 역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당초 단순 변사인 줄 알았다. 가족이 그의 휴대전화에서 ‘사기를 당해 억울하다’는 유서를 발견했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다른 범죄와 달리 사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시대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대응한다.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자 유명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하는 해킹, 거래소를 사칭하는 스미싱·투자사기 등이 늘어난 것이 그것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총 범죄 발생은 줄고 있지만 사기는 늘고 있다. 2017년까지는 감소 또는 정체였던 것이 2018년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2019년부터는 매년 30만건 이상의 사기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사기 범죄로 인한 재산피해도 2020년을 기점으로 연간 40조원을 넘어섰다. 직전까지 연간 20조원대였다가 갑절이 된 것이다.
사기수법이 지능화, 교묘화, 악질화하는 데 비례해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회적 고통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사기죄는 살인죄 못지않은 악랄하고 극악무도한 범죄임에도 사기꾼들은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면서 강력한 단속과 엄중한 법의 심판,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기범죄는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회복이 어렵다. 사기범들이 대개 사기 친 금액을 갖고 있지 않고 소비(유흥·도박·명품 등)에 탕진하거나 빚을 갚는 데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회수율은 1%도 안 된다. 마약 조직같이 점조직 형태이거나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경우도 많다.
경찰청의 ‘전국 범죄 피해조사’(2018년)에 따르면 사기 범죄 피해의 경우 피해액을 전혀 되찾지 못했다는 응답은 89.63%에 달했다. 사기 때문에 무력감이나 자신감 상실과 같은 우울함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이 39.14%로 가장 높았고, 두려움(24.53%), 불면증·악몽·환청·두통(17.59%), 고립감(12.75%) 등의 순이었다. 사기죄는 최대 형량이 징역 10년 혹은 벌금 2000만원이다. 경제적, 사회적 살인죄치고는 형량이 매우 낮은 게 사실이다. 처벌 강화와 몰수 보전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어왔으나 법제화가 쉽지는 않다. 처벌 강화의 경우 다른 경제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기템은 늘고 처벌은 약하고 몰수(회수) 가능성도 낮으니 재범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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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범죄는 처벌도 중요하나 예방과 중지(방지)가 선결과제다. 영국의 경우 액션 프로드(Action Fraud)라는 단일 신고 채널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기 사건들과 사이버 범죄들을 통합해 접수하고 신고된 사건들은 국가사기정보국(NFIB)으로 전달돼 효과적인 대응에 필요한 정보들로 생산·전파된다고 한다. 사기 범죄의 글로벌화·지능화·대형화에 맞춰 우리도 영국과 같은 사기 분석 전담기관 도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불조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처럼 사기 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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