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사와 다쿠지 의학박사 '과자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설탕·소금·밀가루·기름 등 중독성 있는 식자재 가득
일주일 '뇌리셋'해야 극복 "'조금은 괜찮겠지'란 생각, 위험해"

[이종길의 가을귀]"손이 가요, 손이 가~" 중독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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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면 뭔가 먹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당질이나 지질, 또는 둘 다 포함된 음식에 손을 대기 쉽다고 한다. 달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맛있다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먹을거리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달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뇌를 흥분시키고, 신체 근육을 반응하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뇌와 근육에 에너지가 전달돼 혈당치와 혈압도 상승한다. 만일의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몸이 긴장하는 것이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몸에 적잖은 부담이 따른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부교감신경이 자극돼 혈압과 혈당은 떨어진다. 신경과 근육도 편안해진다.

스트레스를 완벽하게 없애기란 불가능하다. 현대인에게 외부 자극은 늘 존재한다. 장기간 지속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대다수는 잠시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어 괴로움을 속이려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꽉 찬 뇌를 쾌락 호르몬으로 잠시 덮어씌운다. 가장 손쉬운 수단은 먹는 것이다. 24시간 편의점이 곳곳에 널린 요즘 언제 어디서나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다. 이때 가장 많이 선택받는 제품이 바로 과자다.


과자와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보고서는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매튜 브라이언 박사 연구진이 진행한 조사가 대표적인 예다. 먼저 17~40세 여성 1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각각 설탕이 든 음료와 인공감미료 아스파르템이 든 음료를 하루 세 번씩 2주 동안 마시게 했다. 섭취 전후 코르티솔(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체내에서 증가하는 호르몬) 분비량을 파악하고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의 모습도 관찰했다.

설탕이 든 음료를 마신 그룹은 코르티솔 증가 없이 해마가 활성화했다. 스트레스에 반응하지 않은 것이다.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힐 때마다 이런 음료를 마시면 비만해지기 십상이다. 또 다른 식욕도 일으켜 더 단 음식을 찾게 만든다. 아스파르템이 든 음료를 마신 그룹은 이보다 더 심각했다. 코르티솔이 늘어 해마의 기능을 억제했다. 스트레스가 풀리기는커녕 몸을 과자 중독에 빠뜨린 것이다.


인공감미료를 포함한 과자와 음료가 위험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과자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과자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건강 서적이다. 저자 시라사와 다쿠지 의학박사는 과자를 ‘여러 가지 마일드 드러그가 가미된 울트라 가공식품’이라고 일컫는다. 마일드 드러그란 정제도가 높고 중독성이 있는 설탕·소금·밀가루·유지·보존료 등을 가리킨다. 마약은 아니지만 비슷한 수준의 중독성이 있어 위험하다.


"중독 상태에 빠지면 머릿속으로는 ‘더 먹으면 살찌니까 그만 먹어야지’, ‘혈당 수치가 올라가니까 먹으면 안 돼’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참지 못하고 계속 먹게 된다. 과자를 끊지 못하면 ‘의지가 약해서’라고 치부하기 쉽지만, 이건 의지의 탓이 아니라 중독에 빠졌기 때문이다. (…) 과자 중독이 무서운 이유는 나도 모르는 사이 중독에 빠진다는 데 있다. 게다가 중독에 빠지면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먹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위험성을 깨닫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자 섭취는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본능일지 모른다. 대다수는 본인이 중독에 빠졌다고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과자 먹을 때 느끼는 쾌감에 익숙해져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과자는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하거나 의존성이 크진 않다. 하지만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심코 손대게 만든다.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무서운 유혹이다.


저자는 과자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쾌락에 둔감해진 뇌부터 리셋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당이나 인공감미료, 스트레스 같은 요소는 그 자체가 식욕을 부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상회로가 과도하게 자극되어 있기 때문에 식욕이 폭발하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리셋 방법은 과자를 끊는 것이다. 일시적인 실천으로는 곤란하다. ‘조금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먹게 되면 뇌가 리셋되지 않기 때문이다. 뇌가 새롭게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자를 끊으면 극심한 스트레스도 받을 수 있다. 먹지 않고서는 도저히 못 배기는 상태가 돼 오히려 폭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비정상적인 식욕이 리셋되면 ‘과자를 먹고 싶다’는 욕구에 더는 사로잡히지 않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과자가 생각나겠지만 그 빈도는 점차 줄 것이다. ‘과자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순히 과자를 멀리하라고 조언하지 않는다.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과자를 알려주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뇌를 리셋한다는 전제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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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일주일 동안 과자를 끊어보자. 앞으로 과자를 못 먹게 된다고 생각하면 포기하기 십상이지만, 일주일이면 일주일, 이렇게 기간을 딱 정해 놓으면 좀더 실천하기가 쉽다. 일주일이 괴로운 사람은 사흘도 괜찮다. 스스로 기간을 정해 ‘과자를 먹지 않는 기간’을 정해보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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