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김정은의 통치코드 변화
지난 1월 북한이 제8차 당대회에서 개정한 당규약 전문이 최근 공개되면서 ‘김정은 권력체계’ 변화에 관심이 모아졌다. 개정 요지는 총비서를 수반으로 한 당 중심 통치체제의 강화다. 이념·정책적 측면에서 선대와의 차별성 부각에도 공을 들였다. 집권 후 등장하지 않았던 ‘공산주의 사회 건설’이 명시적 목표로 설정되는가 하면 ‘우리국가제일주의시대’라는 시대 규정, 선군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로의 변화, 자력갱생, 강력한 국방력 등을 명기했다. 당 중심의 안정적 통치체제 완비, 국가성 강화, 인민 친화적 행보, 자력갱생, 국방력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지난 9년 간의 집권을 통해 나타난 결과다. 변화는 ‘정책용어’를 통해 볼 수 있다. 정책용어 상 변화는 세 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2012~2015년 선대와의 계승성을 강조하며 권력을 장악하고 인민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해 가는 시기다. 두 번째로 2016~2017년 제7차 당대회와 핵무력 완성 선언을 정점으로 김정은 총비서만의 성과와 통치 체제를 완성해 내는 시기다. 세 번째로 2018년 이후 남북대화, 북·미협상을 전개하면서 정세 전환을 모색하다 교착기로 접어든 현재까지의 시기다. 각 시기에 대응하여 북한 지도부는 다양한 정책용어를 등장시켜 왔다.
가장 큰 변곡점은 제7차 당대회와 2018년 정세 전환이다. 제7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기존의 다양한 용어들이 정리 및 간소화되고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가령 집권 초 선대와의 계승성을 강조하는 용어 사용이 많았으나, 제7차 당대회 이후 자신만의 통치를 상징하는 용어들이 등장했다. 또 2017년11월 핵무력 완성 선언과 2018년 정세 전환을 통해 핵무력 과시 단어들이 경제발전이나 국가의 전략적 위상을 강조하는 용어들로 변화했다.
둘째 독자적 이념의 철학적 체계화보다는 실용주의적 통치 용어 사용이 두드러진다. 주체사상·선군사상·총대철학 등 통치 철학의 체계화에 주력한 선대와 달리 인민·국가·과학·청년·자력갱생·정면돌파 등 조성된 정세에 즉답적으로 대응하는 실용주의적 통치용어가 선호됐다. 다양한 용어의 명멸 속에서 2016년 이후부터는 대부분 용어들이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수렴되면서 체계화되는 양상이다. 또 대내외 정세의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내부적 극복과 인내를 요구하는 ‘자력갱생’을 전략적 지침으로 삼는 등 실용적 용어 사용이 두드러진다.
셋째 국가성을 강조하는 국가주의 용어의 사용이다. 김일성·김정일조선, 김일성민족, 김정일조선 등과 같이 선대 지도자의 인격성에 의존하는 국가 호명에서 점차 우리국가제일주의·지식경제강국·전략국가 등 국가성 자체를 강조하는 용어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자기 정치의 욕구와 더불어 보편적 국가성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욕구의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핵’과 관련 용법의 변화다. 2016~2018년 핵 능력을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용어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2018년 이후 핵 용어가 사라지고 비핵화 담론으로 축소됐다, 2020년 이후에는 핵무력 고도화 담론도 재활성화되고 있다. 핵무기 개발과 장기적 보유 의사를 ‘평화’ 담론과 결부하여 정당화하는 기조다. 또 민족·평화·화해·통일 관련 용어들은 2020년부터 크게 자제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리하면 김정은 집권 9년은 적극적인 외향적 정책 비전에서 내부 결속 중심으로 변화됐다. 또 당 중심 통치체제의 정비와 당대회를 기점으로 정책용어가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대외적으로 조성된 정세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실용적으로 내부 결속에 방점을 찍는 현상유지적 전략·정책용어가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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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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