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 하는 동물들인데" 살충제 먹이고 신체 훼손…갈 길 먼 동물권
국내 반려동물 총 860만마리, 국민 6명당 1마리 꼴
동물 학대는 크게 늘어…최근 9년간 13배 폭등
살충제 탄 먹이 먹이거나 두 눈 훼손…수법 다양·잔혹화
전문가 "수사기관 동물 학대 사건 대응역량 강화해야"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지난 2월,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고양이 여러 마리가 떼지어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사건을 수사한 결과, 이 고양이들은 살충제를 탄 먹이를 먹은 뒤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 먹이통에 살충제를 묻혔다고 시인한 70대 아파트 주민은 "밤마다 시끄럽게 울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지난달 22일 경기 안성시 발화동에서 유기견 한 마리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성견이 채 안 된 이 유기견은 두 눈이 파열되고 얼굴이 온통 진물로 뒤덮인 끔찍한 상태였다. 발견 즉시 인근 동물병원으로 이송된 유기견은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은 영원히 잃게 됐다.
잔혹한 동물 학대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계가 증가하면서 사람과 동물이 교류하는 일이 늘었지만, 동물권 보호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해 경찰이 전문적인 대응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동물 학대로 인해 길고양이, 유기견 등이 고통을 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70대 노인 김모 씨가 닭고기에 쥐약을 묻혀 고양이들에게 먹인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대전 신탄진에서 이같은 범행을 벌여 '신탄진 살묘남'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김 씨는 2년 뒤인 지난 2018년에도 범행 현장 인근에서 쥐약을 뿌리다 시민들에게 붙잡혔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쥐약을 먹고 죽은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5월에는 주둥이와 코를 훼손당한 말티즈 '순수'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순수는 당시 서울 동대문구 한 거리에서 입과 코가 잘리고, 케이블타이로 목이 조여진 상태로 발견됐다.
순수는 동물병원과 대학병원 등을 오가며 무려 8차례 걸친 수술을 받은 끝에 간신히 건강을 회복했지만, 얼굴 복원은 불가능했으며 지금도 호흡이 힘든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계는 급증했지만,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지난 2010년(17.4%)부터 매년 증가해 지난해 27.7%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반려견 수는 602만마리, 반려묘 수는 258만마리를 기록해 총 860만마리에 이르렀다. 국민 약 6명당 1마리의 반려동물이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과 사람의 접촉이 늘어났음에도 동물 학대는 크게 폭등했다. 경찰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 건수는 지난 2010년 당시 69건에 불과했지만, 9년 만인 지난 2019년 914건으로 약 13배 넘게 증가했다.
잇따라 벌어지는 잔혹한 동물 학대에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20대 직장인 A 씨는 "어떻게 말도 못 하는 동물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아직도 동물을 동등한 생명이 아닌 물건처럼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노를 쏟아냈다.
또 다른 회사원 B(31) 씨는 "동물을 죽이거나 괴롭히는 일을 심각한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동물 학대가 줄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학대자에게 죗값에 맞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동물학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발간한 '경찰청 동물 학대 수사매뉴얼의 문제점과 개정방향'에서 "최근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피의자가 급증하고 동물 학대의 유형 및 수법 또한 다양해지다"며 "전문 수사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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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동물 학대 사건은 대부분 사적 공간에서 일어나고, 피해 당사자인 동물의 직접 증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건을 입증하는데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증거가 요구된다"며 "사건을 입증하고 학대당한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신속한 판단과 수사가 필수적이다. 현행 동물 학대 사건 수사 매뉴얼의 개정 및 보완을 통해 학대 사건 현장에서의 대응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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