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낡은 보수·낡은 진보 대결 끝내야...다시 '경제성장'을 말하자"
대선후보 릴레이 인터뷰 ② 유승민 전 국회의원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이현주 기자]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유승민 전 의원, 합리나 논리 같은 단어들이 그를 따라다닌다. ‘따뜻한 보수’는 그의 정치 비전을 대변한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대선 캠프 사무실 ‘희망22’에서 따뜻한 보수주의자를 만났다. 인터뷰 분위기는 따뜻했지만 메시지는 차갑고 날카롭고 선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 낡은 진보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마지막 낡은 보수가 돼야 한다"는 말은 공격적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유 전 의원은 "보수·진보 진영의 싸움으로 치러지는 선거는 이제 끝났다"며 "일자리·세금·소득·주택·보육·의료 같은 민생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선거가 선진국형 선거"라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학자답게 그는 인터뷰 시간 대부분을 ‘경제 비전’ 설명에 할애했다.
文대통령은 마지막 낡은 진보
朴 前 대통령은 마지막 낡은 보수
다음 대통령 과제는 경제성장
저성장, 저출산, 양극화 삼중고 깨야
◆다음 대통령의 시대적 과제는 경제 성장= 경제정책 방향을 굳이 ‘성장이냐 분배 중심이냐’로 구분한다면, 유 전 의원은 ‘성장을 중시하되 분배를 등한시하지 않는’ 가치관을 가진 것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따뜻한 보수’라는 별칭이 그런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 출마를 선언한 그의 관심은 분배보다는 성장 쪽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유 전 의원은 "저성장과 저출산·양극화라는 악순환, 삼중고를 깨는 방법은 경제성장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다음 대통령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는 경제성장이죠. 저성장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고 많은 경제학자도 그렇게 말하지만, 저는 그리 되면 우리나라에 희망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이던 2015년 4월, 유 전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내용의 교섭단체 연설을 한다. 보수당 원내대표 연설치고는 워낙 파격적이라 국민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등 야당에서도 최고의 연설이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하지만 꼭 이 연설 때문은 아닐지라도, 유 전 의원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정치·정책관과 대립하며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을 받았다. 그의 정치 인생 최대 위기였고 길고 굽은 가시밭길의 시작이었다.
파격적 ‘복지론’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을 뿐, 사실 당시 연설을 뜯어보면 그의 성장담론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방향을 가리킨다. 유 전 의원은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우리 경제성장률은 산에 오르는 것처럼 가파르게 올라갔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거치면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성장률은 1%포인트씩 내려가 이제 5, 4, 3, 2, 1 카운트다운하듯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노동-투자 확대式 성장은 안 통해
결국 사람의 두뇌에 의존해야
똑똑한 인재 공무원에 몰리는데
어떻게 나라에 밝은 미래가 있나
◆혁신인재 발굴과 노동개혁으로 경제성장 담보해야= 유 전 의원의 성장담론은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디지털 혁신인재를 키우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는 "노동의 양을 확대하고 투자를 늘리는 식의 성장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사람의 두뇌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중국에서 혁신인재를 기르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을 늘리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 만드는 데만 급급했다"며 "똑똑한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려고 몰리는 나라에 어떻게 밝은 미래가 있고 성장이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개혁과 관련해선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악명이 높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되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을 사회 안전망이 철저히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해고를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된 기업들이 낙오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의 타협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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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보다 징병제 유지 입장
군대 제대한 이들에게
주거, 교육, 취업, 연금 혜택줘야
여성 병사 모병제도 고민해야
◆징병제는 유지, 군 복무자에게 혜택 더 줘야= 국회의원으로 있는 동안 비인기 상임위 ‘국방위원회’를 도맡아왔던 유 전 의원은 징병제 등 현안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모병제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는 우려를 표했다. 모병제 전환 시 충분한 병력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 저소득·저학력자가 국방의 의무를 떠맡게 되는 불공정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제대군인원호법(GI Bill)을 언급하며 "군대를 제대한 이들에게 주거·교육·취업·연금 등 부분에서 혜택을 줘야 한다"며 "이 같은 ‘패키지’를 제공하면 남성이 느끼는 손실감 등이 조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슈로 부상한 여성 징병제 논의에 대해서는 "현재도 여성은 장교와 부사관에 지원할 수 있지만 일반 병사는 제외된다"며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여성 모병제부터 시행해보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 군 복무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지원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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