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외정부 로비 단속 강화‥한인사회 '경계령'[특파원 다이어리]
美 재벌도 중국 로비스트 의혹...소송 예고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모국을 지원하기 위한 미국 동포 사회의 공공외교 노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해외 정부의 로비를 차단하기 위한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향후 대미 공공외교 과정에서 동포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마치고 앤디 킴 연방하원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최근 화상으로 열린 민주평통 앵커리지 지회 강연에서 "미 당국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집행을 강화하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바이든 정부 인사들이 미국의 시민이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할 때 법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오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민주평통은 한국의 헌법기관이고, 미국 지회는 미국에 한국 정부 기관이 있는 것과 같다. 매우 민감한 문제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민주평통 지회가 우선적으로 동포 사회 화합과 단결, 지역사회 참여, 구호, 평화, 인권 환경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는 역할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저는 한국 출신이지만 한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좋은 관계를 위해 일한다"라면서 "한국 정부도 미국 동포들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과 한국의 이익을 일치 시키는 논리를 개발해 우리에게 달라.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주도했던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추진 당시에 일본 정부가 미 정부에 자신이 중국에 고용된 로비스트라는 억지 정보를 흘려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았던 기억도 상기했다.
미국에서 외국 정부를 위한 로비는 외국인 에이전트등록법(FARA)에 따라 법적으로 보장돼있다. FARA 법에 따라 로비스트들은 어떤 업무를 했는지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상세히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FARA법 집행은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 스캔들 이후 대폭 강화되고 있다. 로비스트로 등록하지 않고 로비에 나서는 데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갈등 속에서도 미국 내 유대인 사회가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이스라엘 지지에 나서지 못한 것도 FARA 법 집행 강화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FARA 법 집행 강화는 재벌도 예외일 수 없다. 미 검찰은 최근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 전 윈 리조트 그룹 회장의 FARA 법 위반과 관련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검찰은 윈 전 회장이 중국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다고 판단하고 로비스트로 등록할 것을 요구해왔다. 법무부는 윈 전 회장이 로비스트로 등록하지 않으면 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윌리엄 바 당시 법무부 장관은 중국의 입장에서 로비를 해온 기업 경영자들에게 로비스트로 등록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국은 윈 전 회장이 지난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하고 미국으로 도피한 중국 반체제 인사 궈원구이를 중국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로비를 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윈 전 회장의 측근 2명은 앞서 검찰에 윈 회장과 궈원구이 중국 송환을 논의했으며 윈 전 회장과 중국 당국자 간의 통화도 주선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윈 전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그가 로비를 벌인 2017년에는 공화당 국가 재정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마침 윈 회장은 마카오에서 대규모 카지노 사업을 하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본인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던 셈이다.
윈 전 회장의 변호인 측은 "윈 전 회장은 중국의 입장을 미국 정부에 단순히 전달할 것일 뿐이며 FARA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미 당국은 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의 경험과 윈 전 회장에 대한 압박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외국 정부의 로비를 차단하려는 의지가 강력함을 시사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선 선거 직후에도 외국 정부 인사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한 바 있다.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공공외교 강화는 필수다. 다만 미국 내 법을 준수해야 함은 기본이다.
공공외교 확대 과정에서 미국 내 동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연방 하원에 4명의 한국계 의원이 포진한 만큼 정부가 이들과의 연대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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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포 '찬스'를 활용하려면 요령도 필요하다. 만에 하나 이들에게 해가 될 소지가 없는지 우리 정부와 외교당국, 주미대사관과 각 공관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배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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