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 사건 범인 누구냐면" 이슈 달려드는 유튜브 '사이버렉카'
사회적 이슈된 사건·사고 영상 만드는 '사이버렉카'
사건현장 나타나는 견인차 빗대 비꼬아 비판하는 표현
故 손정민 사고 영상 만든 유튜버들 조회수 큰 폭 증가
'경쟁 과열'로 근거 없는 낭설 등 퍼뜨려 논란 빚기도
전문가 "인터넷서 떠도는 소문 사실로 단정"
"언론 환경 어지럽힐 우려 있어"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사고들을 집중 조명하며 억측·음모론 등을 퍼뜨리는 일부 유튜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사건과 관련된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조회수·후원금 등을 끌어모아 수익을 창출하는데, 교통사고 현장에 견인차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된 사건이면 어김없이 영상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사이버렉카'라는 비아냥 섞인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 사이버렉카 가운데 일부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한다는 데 있다. 근거 없는 낭설을 퍼뜨리는가 하면, 잘못된 정보로 누리꾼들을 혼동시켜 경찰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28일 유튜브에 '손정민'을 검색하면 여러 유튜버들이 게재한 故 손정민 씨 사망 사고 관련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이같은 콘텐츠들은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정리한 정보 영상부터, 유튜버 개인의 추측·의견 등을 담은 영상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일부 영상은 이번 사고에 대한 근거 없는 억측이나 가짜 뉴스를 퍼뜨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유튜버는 정민 씨의 친구인 A 씨가 "옷 속에 흉기를 숨겼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반박하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들은 정민 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근거 없는 억측, 음모론 등을 퍼뜨려 논란이 일었다. 한 유튜버는 최근 친구 A 씨의 옷에서 흉기가 발견됐다는 주장을 했다. / 사진=유튜브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이같은 억측 영상을 게재하며 조회수·후원금 등을 끌어모으고, 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유튜버들을 '사이버렉카'라고 부른다. 사고 현장에 나타나 파손된 차량을 견인하는 견인차(렉카)처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사건·사고마다 영상을 쏟아내며 이목을 끄는 이들을 비꼬아 비판하는 신조어다.
사이버렉카가 기승을 부린 것은 손정민 씨 사망 사고뿐만이 아니다. 앞서 16개월 된 여아 정인 양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가 1심 재판을 받던 이달 초에도 유튜버들이 관련 영상을 쏟아낸 바 있다. 한 유튜버는 지난 9일 정인 양 양모가 남편에게 보낸 '옥중 편지'를 몰래 촬영한 뒤 유튜브에 공개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만기출소하던 지난해 말에는 일부 유튜버들이 호송차량을 파손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사이버렉카가 불법조차 마다하고 이슈성 영상 제작에 몰두하는 것은 수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6일 유튜브 통계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 '플레이보드'가 정민 씨 사고와 관련해 이슈 영상을 지속적으로 제작해 온 유튜브 계정 6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채널의 평균 총 수익은 1586만~3111만원으로 추정됐다. 또 이들 6개 계정의 평균 조회수는 정민 씨 사고 관련 영상을 올리기 전에 비해 약 7배 이상 폭증했다.
문제는 이슈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일부 유튜버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든다는 데 있다. 최근에는 자신이 무속인이라고 주장한 한 유튜버가 '점괘'를 통해 정민 씨의 사망 원인을 추정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무속인 유튜버는 최근 게재한 영상에서 "제 점괘로는 (손 씨와 A 씨 사이) 다툼이 있었고, 손 씨 머리 부분에서 발견된 2개 상처는 어떤 물체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자 문제가 분명히 있고, 찾지 못한 A 씨 휴대폰 속 여자 사진 등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영상은 약 28만회 이상 재생됐다.
이같은 억측들은 경찰 수사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지난 16일에는 정민 씨가 숨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시민 수백명이 모여 이번 사망 사고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민들은 집회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과 충돌했으며, "서초 경찰서로 가자"며 행진 대열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유튜브·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정민 씨 사고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접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사이버렉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가짜뉴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있고, 억측으로 무고한 이에게 피해를 줄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유튜브를 즐겨 본다는 20대 회사원 B 씨는 "요즘 유튜브에 사건, 사고 등을 이슈화해서 다루는 채널이 많다 보니 거의 뉴스를 보는 것 느낌이 난다"면서도 "이들 대부분이 소위 '뇌피셜'로 마무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극적인 섬네일 문구로 클릭만 유도하는 게 대부분이다. 혹여 이런 영상에 속아 잘못된 정보를 믿는 사람들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직장인 C(29) 씨는 "아직 피의자로 조사를 받지도 않은 일반 시민을 지목해 범죄자로 단정 짓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것도 2차가해나 다름없는 일"이라며 "선동으로 조회수를 끌어당기는 이런 유튜버들을 제재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이버렉카가 사회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는 옹호도 나왔다. 직장인 D(31) 씨는 "유튜버들이 만드는 영상 대부분이 정보가 부족하고 일부는 가짜뉴스를 담고 있어 문제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파급력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 자칫 묻힐 뻔한 사건들이 크게 공론화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이런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사이버렉카에 대해 '기성 언론을 능가하는 신속성을 가진 플랫폼'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이들의 부정확한 보도, 낮은 신뢰성 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보도의 신속성과 정확성인데, 사이버렉카 등 1인 유튜버들은 기성 언론보다 높은 신속성을 갖췄다"라며 "모바일과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에 1인 유튜버들은 이런 부분에서 기성 언론이 못 따라가는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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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성 언론처럼 취재 과정을 거쳐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라, SNS 등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들을 사실처럼 단정해 영상을 만드는 일에 주력한다"며 "이렇다 보니 신뢰성이 떨어지고, 나아가 보도를 전달하는 언론 환경 전체를 어지럽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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