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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암호화폐 정책이 올바로 수립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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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보호에 우선순위 둬야"

[뉴웨이브] 암호화폐 정책이 올바로 수립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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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과거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치던 당시 필자는 다음과 같은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적 있다.


“최고의 짜장면 레시피(블록체인 기술)를 가진 사토시 나카모토는 고객을 모으기 위해 쿠폰(비트코인)을 발급했다. 처음에는 쿠폰이 욕심나서 간 손님들이 짜장면의 맛에 감탄해 단골이 되고, 그러다 보니 그 손님은 점점 더 많은 쿠폰을 얻게 되며 중국집도 잘 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됐다. 사토시의 중국집이 이른바 ‘대박’이 나자 다른 음식점들도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저마다 자기만의 레시피(더 좋은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해 매진했고 이를 팔기 위해 새로운 쿠폰(다른 종류의 암호화폐)을 만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쿠폰이 엄청난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쿠폰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 이 쿠폰이 어느 중국집 것인지, 또 짜장면 맛이 어떤지는 관심이 없었다. 광기에 빠진 사람들은 짜장면을 사먹고 쿠폰을 모으기보다 쿠폰에 프리미엄을 얹어 사고 파는데만 혈안이 돼있었으며, 덩달아 특별한 레시피가 없는 음식점들까지도 쿠폰을 마구 찍어내기 시작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안 정부가 쿠폰을 규제하겠다고 나서자 좋은 레시피를 보유한 음식점이 아닌 쿠폰 거래소들이 ‘쿠폰과 짜장면은 불가분의 관계라서 쿠폰을 규제하면 짜장면 레시피 개발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아서 실제 미국의 한 데이터 수집·분석 업체가 지난 2월 암호화폐 투자자 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3.5%가 ‘암호화폐 지식이 없거나 초보 수준’이었으며 투자자 중 16.9%만이 ‘가치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넘치는 유동성, 디파이(DeFi)와 대체불가능토큰(NFT)의 등장으로 인해 분명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광풍 때보다 강한 모멘텀과 펀더멘탈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내재가치에 비해 가격 상승 폭이 너무 가파르며, 이에 따른 암호화폐 사기 투자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필자는 정부와 관련 산업계에 다음 몇 가지를 주문코자 한다.

우선 암호화폐와 같이 이해 당사자들간의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모든 현안들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때 최우선 순위는 산업 활성화 보다는 이용자 보호가 돼야 할 것이다.


둘째, 답은 항상 시장이 알고 있기 때문에 네거티브 규제 즉, 민간자율규제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단, 자율에는 항상 책임이 따르는 만큼, 사고 발생시 강력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책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셋째, 관련 협회와 시민단체는 관련 업체의 이익을 무조건 대변하려고만 들지 말고, 시장이 자정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각종 장단점 분석 정보, 외국 동향 정보 등을 객관적, 전문가적 시선으로 분석해 시민들의 눈높이로 설명하려고 노력해야겠다.


끝으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를 원한다면, 관련 업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것이 다소 엄격하다할지라도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즉 마음에 드는 것만 받아들이려는 선택적 수용은 곤란하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명 화려한 꽃을 피울 수도 있는 씨앗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사람들의 눈물을 먹고 자라서는 안된다. 이용자 보호에 중심을 둔 암호화폐 정책 마련이 시급한 때다.


김승주 교수(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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