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긴급생계자금 SMS로 유혹
휴대전화 해킹…모든 전화 피싱범에게

“벼룩의 간을 빼먹지” 대출 보이스피싱에 두 번 우는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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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경기도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모(37)씨는 최근 ‘정부 지원 긴급생계자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연 1.3~3.2%의 저금리로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을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에 애를 먹고 있던 한씨는 평소 거래하던 은행에서 온 문자메시지인데다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 고민도 하지 않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시작된 통화에서 상담 직원은 한씨에게 기존 대출을 모두 상환하는 조건으로 고액의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 대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니 문자메시지로 안내해 준 주소로 접속하라고 했다. 별다른 의심 없이 대출 신청서를 작성한 한씨의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상담 직원은 대출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모니터링에 적발돼 대출에 문제가 생겼다며 한씨에게 직접 은행 직원을 만나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고 유도했다. 이상함을 느낀 한씨가 은행 대표번호와 금융감독원으로 확인 전화를 했지만, 두 곳의 답변은 상담 직원의 설명과 똑같았다. 결국 한씨는 은행 직원이라는 사람을 만나 기존 대출금이었던 4200만원을 현금으로 전달했고, 상담 직원과의 통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보이스피싱이었던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이나 가계 운영에 애를 먹고 있는 서민들을 유혹하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40~50대 남성이 이 같은 수법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20년 보이스피싱 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과 피해건수는 2353억원, 2만585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출빙자형 피해금액은 1566억원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67%를 차지했다. 이런 유형의 피해는 성별로는 남성 비중이 61.2%로 높고, 연령별로는 40~50대 비중이 65%였다. 성별·연령별 모두 감안 시, 40~50대 남성이 38.7%로 가장 많았다.


대출빙자형 사기는 금융회사를 사칭한 사기범이 유선으로 피해자의 신용등급이 낮지만 대출이 가능하다며 접근해 대출진행비와 선납이자를 요구한 뒤 피해자가 송금을 하면 이를 가로채거나, 저금리로 대환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이고 기존 대출의 상환자금을 사기이용계좌로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해킹해 모든 전화가 보이스피싱 일당에게로 연결되도록 하는 수법이 주로 쓰인다. 앞서 한씨의 경우도 대출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들어간 페이지에서 해킹 프로그램이 설치됐다. 이 해킹 프로그램은 휴대전화 사용자가 거는 모든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한 곳으로 연결되도록 해 피해자들의 의심을 지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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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문자메시지가 무차별적으로 발송되고 있는 만큼 여기에 속지 말고, 금융이용자는 누구라도 보이스피싱에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출처가 불분명한 앱이나 URL 주소는 절대 클릭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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