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귀빈맞이' 분주
리움·호암미술관서 운반작업 진행중
작품 손상 최소화 '무진동 탑차' 이동

국립중앙박물관 6월 대중에 첫 공개
현대미술관 8월 서울관·9월 과천관 전시
기증정신 기리는 미술관 건립 의견도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의 가족(1940)'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의 가족(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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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삼성가(家)가 1만1023건(2만3000여점)에 이르는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하겠다고 밝히자 수증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이들 공립기관은 현재 이관·보관·전시라는 큰 틀에서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컬렉터의 기부정신과 수집품의 의미를 널리 알릴 대형 미술관 건립까지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이관·등록·보관 절차 어떻게 진행되나

30일 미술계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주부터 삼성문화재단에서 관리·운영하는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으로부터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미술품 운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품 이관에 참여한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리움과 호암의 미술품 관리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귀띔했다.

기증품 모두 ‘무진동 탑차’로 실어나른다. 진동에 따른 작품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탑차 내부는 알루미늄 박스로 구획돼 있다. 2층 이상으로는 쌓을 수 없어 한 번에 많은 작품이 들어가지 못한다. 이관 작업은 다음 달까지 이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기증받은 작품은 2만1600여점으로 전체 기증품(2만3000여점)의 94%에 이를 만큼 많아서다.


미술품이 보관되는 곳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다. 수장고는 지진·화재·결로·습기·벌레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 미술품을 보호하는 공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수장고 중층화 공사로 작품을 2층까지 쌓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 덕에 보관 공간은 넉넉하다. 수장고는 22개로 총면적 1만1012㎡, 축구장 1.5개 규모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단면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단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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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은 들어오는 대로 수장고 내의 별도 공간에 보관한다. 훈증(燻蒸)·심의·등록 같은 과정을 거쳐 박물관 재산목록에 정식으로 오르기 전 일종의 대기실에서 머무는 것이다. 훈증은 살균·살충으로 벌레·곰팡이 등의 피해를 예방하는 작업이다. 심의는 재질을 분석하고 각계 전문가들이 작품의 상태와 가치에 대해 기록하는 단계다. 등록은 작품에 고유 식별코드를 부여하고 디지털화하는 절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이건희 컬렉션에 일반 기증품과 다른 별도의 식별코드를 넣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 전체가 정식 재산목록에 오르는 시기는 내년이나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면서 "역대급 기증품 규모에다 작업 과정도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에 고유 코드가 발급되면 재질별 분류된 수장고로 옮겨진다. 최종적으로 자기 방을 갖는 것이다. 작품은 재질에 따라 보관 방법이 다르다. 일례로 금속은 온도 20도(±4도)에 습도 50% 이하로 보관해야 한다. 서화는 온도 20도(±4도)에 습도 50~60%로 관리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 이관작업을 지난주께 마무리했다. 1400여점의 기증품 모두 과천관 수장고에서 보관 중이다. 작품의 등록·보관 절차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거의 같다. 다만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수장고 공간이 넉넉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수장 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향후 타 지역 수장고로 옮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 6월 대중에 공개… 주요 작품은?
김홍도 필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김홍도 필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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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은 오는 6월 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 형태로 대중에 처음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8월과 9월 각각 서울관과 과천관에서 명품전, 특별전 형태로 선보인다. 전시에 나올 작품 목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유명 작품 위주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6월 전시는 국보·보물급 문화재 위주로 열린다.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전 덕산 청동방울 일괄(국보 제255호)’,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조선 영조 27년에 그려진 ‘인왕제색도’는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감정가격은 300억~1000억원으로 책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의 8월 전시도 ‘명품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국내외 근대미술 걸작 위주로 우선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양화 대표작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1920)’,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의 가족(1940)’,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1890년대)‘ 등이다. 이번 기증품과 구도·크기가 거의 비슷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19)’ 연작은 다음 달 12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 예상가 4000만달러(약 444억원)에 출품될 예정이다.


국내 근대미술의 거장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등 수백억 원대로 추정되는 작품들도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이 향후 지방 박물관·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과 해외 순회전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1920)'.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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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 기부정신 살린 미술관 건립해야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이 당분간 분산 보관된다 해도 궁극적으로 한데 모아 보관·전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증자의 이름이 들어가거나 그의 정신을 기릴 수 있는 대형 미술관도 건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컬렉터의 이름을 유지하고 그의 열정과 정신을 기리는 과정에서 미술관의 명성이 커지고 문화예술 관광지로서 국가 위상도 증대된 사례가 많다.


네덜란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 대표적인 예다. 빈센트 반 고흐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독일계 여성 컬렉터 헬렌 크뢸러 뮐러 부부는 고흐 작품 다수 등 소장품 거의 전부를 기증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1938년 이들의 이름을 넣은 미술관까지 건립했다. 이 미술관은 현재 고흐의 작품 약 40%를 보유한 세계적인 미술관이 됐다.

네덜란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 전경.

네덜란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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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은 독일-헝가리계 귀족 한스 하인리히 티센보르네미사가 1993년 피터 폴 루벤스, 에드바르 뭉크, 고흐 등의 걸작 700여점을 헐값에 넘기면서 설립됐다. 티센보르네미사는 현재 마드리드 3대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이 밖에 미국 뉴욕 구겐하임과 프릭컬렉션 미술관, 일본 오하라미술관도 컬렉터의 이름은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한 대표적인 미술관들이다.


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 관장은 "탁월한 심미안을 갖고 미술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한국에선 흔치 않았던 한 컬렉터에 대한 연구와 조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향후에라도 각각 흩어져 기증된 작품들이 한데 모여 컬렉터와 작품에 대한 의미를 기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국립근대미술관을 만들어 그 안에 이병철관과 이건희관을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작품들을 어떻게 맥락화하고 가치를 부여할지 등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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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신설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내부 회의에서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체부도 수장고와 미술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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