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금융사, '포퓰리즘 청구서' 좌불안석
4대 금융지주 1Q, 사상 최대 실적…정치권 압박 두려워
"과도한 금융 개입, 시장경제 흔들고 자율성 역기능 초래"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금융지주사들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웃지 못하고 좌불안석이다. 정치권이 이를 빌미로 또 다시 ‘포퓰리즘 청구서’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대출자산의 양호한 성장 속 순이자마진(NIM) 반등에 더해, 비은행 계열사의 선전, 일회성 요인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KB금융은 1년 전보다 74.1% 증가한 1조27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신한금융(1조1919억원), 하나금융(8344억원), 우리금융(6716억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A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1분기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다양한 자금출연 압박을 요구하고 있어 마냥 기뻐할 수 없다”며 “이번 호실적을 앞세워 얼마나 또 어떤 압박을 가할 지 두렵기만 하다"고 걱정했다.
B금융지주 임원은 "1분기 이익 폭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금융사 돈으로 표심을 사려는 ‘정치금융’이 기승할까 우려된다"며 "최근 정치권에서 통과되는 법안들을 보면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 당혹스럽다"고 우려했다.
현재 은행들은 이미 코로나19에 따른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재연장, 증권·채권시장 안정펀드 조성, K뉴딜 동원 등에 떠맡았다. 서민금융 재원 충원에 이익공유제 참여 요구도 거세다.
여기에 재난으로 자영업자·직장인의 소득이 줄어들 경우 금융사가 사실상 의무적으로 빚을 탕감해주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해 금융사가 토지담보대출을 할 때 투기 의심 거래를 가려내 부동산거래분석원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 등 과잉 입법안도 추진 중이다.
금융권은 경제가 어려울 때 금융사가 협조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감당해야 할 부분까지 금융사에 과도하게 전가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은행 돈은 결국 주주와 예금주의 돈인데 여당에서 마구잡이식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정치금융에 비하면 과거 관치금융은 약과"라면서 "원리금 감면 법안, 강제적인 기금 조성 등 은행 건전성을 악화 시키는 정책의 피해는 개인고객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대금리 축소, 대출금리 인하 등 시장논리를 거스르는 발언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만약 정치권의 요청으로 금리인하가 현실화되면 은행업권 자체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정치권의 요구가 은행의 공익적 역할, 규제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업이 규제 산업이라고 해도 엄연한 사기업인데 정치권의 간섭이 과도하다"며 "무엇보다 정치권이 추진 중인 '은행빚 탕감법'은 금융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키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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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권의 과도한 금융 개입은 시장경제 질서를 흔들고, 자율성에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직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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