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설립한 생명공학 기업 '뉴럴링크'
인간 몸에 전극 심어 두뇌-기계 인터페이스 실현 목표
올해 말 인간 임상실험 전망
'두개골 뚫는' 수술 거부감 난제
몸 속에서 수년 이상 작동 가능한 전극 소재 개발해야

뉴럴링크 컴퓨터 칩을 머리에 심은 원숭이 '페이저'는 아무런 동작 없이 생각 만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 영상=유튜브 캡처

뉴럴링크 컴퓨터 칩을 머리에 심은 원숭이 '페이저'는 아무런 동작 없이 생각 만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 영상=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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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지난 11일(현지시간) '씨넷,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미국 IT 전문 매체들은 게임하는 원숭이 '페이저'에 대해 대서특필했습니다. 페이저는 두뇌에 아주 미세한 컴퓨터 칩을 심은 원숭이로, 이 칩을 통해 생각만으로 게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페이저의 머리에 들어간 작은 컴퓨터 칩은 '뉴럴링크'라는 미국 한 생명공학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제품입니다. 뉴럴링크는 전기자동차 '테슬라'로 유명한 미국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지난 2016년 설립한 회사로, 이 기업은 사람의 두뇌에 심는 컴퓨터 칩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뉴럴링크가 개발한 칩을 통해 두뇌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여러 난치병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페이저를 공개한 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쓴 글에서 "이 원숭이는 말 그대로 뇌의 칩을 사용해 비디오 게임을 한다"며 "텔레파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뉴럴링크가 페이저의 머리에 심어놓은 장치는 'N1링크'라고 불리는 칩입니다. 이 칩은 원숭이의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게임기 조이스틱의 움직임과 연동시키는 작업을 맡습니다. 이 때문에 페이저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조이스틱을 움직여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뉴럴링크의 'N1링크'는 원숭이 뇌 속 신경 활동을 모니터링한 뒤, 이를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거쳐 게임기 조이스틱에 전송한다. / 사진=유튜브 캡처

뉴럴링크의 'N1링크'는 원숭이 뇌 속 신경 활동을 모니터링한 뒤, 이를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거쳐 게임기 조이스틱에 전송한다. /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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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링크는 뉴럴링크가 지난 2016년부터 개발해 온 기술의 산물입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8월엔 뇌에 칩을 심은 돼지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단 1년만에 돼지에서 원숭이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


머스크는 이와 관련해 "뉴럴링크의 최종 목표는 '사람의 뇌-기계 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BMI)를 통해 두뇌 자극을 기계에 전달하는 기능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기술이 뇌, 척추 부상 환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말 최초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만일 머스크의 말대로 뉴럴링크가 올해 말 사람의 머리에 칩을 심을 수 있게 되면, 세계 최초로 BMI가 실현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뉴럴링크의 임상 실험이 예고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뉴럴링크의 컴퓨터 칩 구상도. 두개골을 뚫고 뇌에 침입하는 미세한 전극을 심어 작동한다. / 사진=뉴럴링크

뉴럴링크의 컴퓨터 칩 구상도. 두개골을 뚫고 뇌에 침입하는 미세한 전극을 심어 작동한다. / 사진=뉴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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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의 진척을 가로막는 가장 큰 난관은 안전 문제와 거부감입니다. 뉴럴링크의 컴퓨터 칩은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는 전극을 두뇌에 심는 형태로 탑재하는데, 아무리 미세한 크기라 하더라도 머리뼈를 뚫고 전극을 삽입하는 두개(頭開) 수술이 필요합니다.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기기가 정밀하지 않으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수술을 받는 사람들의 심리적 거부감도 클 수 있습니다.


머스크 또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19년 한 팟 캐스트와 인터뷰에서 "칩 수술은 라식 수술만큼 단순하고, 자동화되어야 한다"라며 "신경외과 의사들이 수술을 집도해서 칩을 심을 수밖에 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술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오랜 시간 사람의 몸속에 남아 있으면서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전극을 개발해야 한다는 난관이 남아 있습니다. 칩은 두뇌 속에 꽂힌 상태로 수년 이상 작동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용해되지 않고 뇌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안전한 코팅, 최소한의 전력으로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 저전력 기술 등이 요구됩니다.


뉴럴링크 컴퓨터 칩을 두개골 속에 심는 수술을 진행하는 의료기기 디자인. / 사진=뉴럴링크

뉴럴링크 컴퓨터 칩을 두개골 속에 심는 수술을 진행하는 의료기기 디자인. / 사진=뉴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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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뉴럴링크가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7월 FDA는 뉴럴링크의 칩인 '링크V0.9'를 대혁신 장치(Breakthrough Device) 프로그램 사용에 승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임상실험에 이르기까지는 추가 개발(further development)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머스크의 뉴럴링크 프로젝트 자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앞서 미국의 저명한 과학 잡지인 'MIT 테크놀러지 리뷰'는 지난해 8월 기사에서 뉴럴링크에 대해 "설립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이 칩이 어떻게 우울증, 불면증 등 여러 질병을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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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회사가 직면한 난제 중 하나는 살아있는 두뇌 속에서 10년간 '부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칩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만 수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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