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대전환]자금·인력난 걸림돌…'네거티브 규제'로 전환 서둘러야
<上> CEO 30人에 묻다
현장 체감 효과 아직 높지 않고 평가 역시 유보적
정부가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을 디지털 경제를 이끌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현재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지원에 앞서 정부 정책이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 스타트업 경영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도 ‘투자 유치의 어려움’, ‘전문 인력 부족’과 함께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꼽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EO들이 체감하는 정책 점수는 낙제를 겨우 면하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원이 양적으로 늘고 있지만 집행 과정 등에 있어서 스타트업 생태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6일 아시아경제가 주요 스타트업 CEO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인 63.3%(19명)가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에 3점 이하를 줬다(5점 만점). 정부의 의지와 달리 일선의 경영자들에게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이다. 구제척으로 절반에 가까운 14명(46.7%)이 3점이라고 답했고 5명(16.7%)는 2점을 줬다. 반면 5점이라고 평가한 CEO는 한 명도 없었고 4점은 11명(36.7%)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후 스타트업 지원을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외려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아직 높지 않고 평가 역시 유보적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평가의 이유에 대해 다수의 CEO들은 현장에서 절실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아무리 늘어도 실질적으로 산업의 틀을 바꿀 수 있는 규제에 대해 유연성이 부족하면 신산업이 자리를 잡고 스타트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경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과도한 규제로 인한 신기술 산업 정착 장애를 꼽은 CEO는 13.3%였다. 투자 유치 등 자금 확보의 어려움(36.7%), 전문 인력의 부족과 교육 시스템의 부재(26.7%)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 간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 유니콘’ 등을 포함한 주요 스타트업의 CEO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설문에서 스타트업 CEO들은 투자 유치, 인력 확보와 더불의 정부의 규제를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에서 핵심인 ‘돈’, ‘사람’과 더불어 규제의 완화가 K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어 핵심 키워드라는 의미다. 특히 CEO들은 법으로 허용하는 것만 정해놓는 ‘포지티브 규제’가 아닌,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되 예외적인 부분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네거티브 규제의 필요성을 수년째 주장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지원을 강조하는 이번 정부에서도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게 CEO들의 공통된 인식인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절실=CEO들은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문제에 대해 사후 책임지는 형태가 아닌 사전에 모든 문제를 막으려고 하면 수많은 규제가 지속적으로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정책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되는 게 시급하다는 얘기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자생이 우선시 되도록 하고 정부는 필요한 가이드만 줘야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새로운 기술과 사용자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 산업과의 이해 관계을 고려하다 보면 자칫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CEO들은 네거티브 규제를 강조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CEO는 "빠르게 변화하는 IT 기술과 국가 간 교류는 신산업의 등장을 필수불가결하게 만들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합의된 내용의 네거티브 규제는 한국의 우수한 스타트업이 세계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구글, 애플과 같은 독과점 기업의 규제와 국내 기업의 규제가 동일하지 않고 국내 기업에 불리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어 이런 역차별에 대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정책 실효성 떨어져=정부의 지원 정책이 양적으로 늘면서 업계에 활력이 돌고는 있지만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금이 투입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이 자금의 사용처나 사용 방식 등에선 현장 실정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 CEO는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의 실용성이 매우 떨어지고 비효율적"이라며 "정부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장을 모르다보니 지원 성과를 위해 응답이 빠른 사업에 지원이 편중돼 있다"도 주장도 나왔다. 한 CEO는 "실제 열심히 하는 스타트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들로 예산 낭비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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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기관의 어려운 심사기준과 복잡한 지원 절차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행정 절차상 요구하는 문서 작업이 너무 많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CEO는 "정부 과제에 입찰하려면 인증이 많이 필요하고 스타트업이 돈과 시간을 들여서 이를 획득하는게 쉽지 않은데 조건이나 가산점들은 매우 복잡하게 설계돼 있어 비효율적"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양한 스타트업 생태계에 획일화된 기준으로 적용되다보니, 기술 기반의 장기 투자 등을 통해서 신규 기술이나, 신규 시장을 발굴하는 스타트업이 혜택 보기는 어려운 점들이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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