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분쟁 ITC판결 대통령 검토기간 보름 남아
거부권 주장하나 현실적 한계…한달간 LG와 협상 더뎌
현지사업 철수·거부권 여부·美정부 중재 협상재개
내달 중순까지 현지 머물며 중요 결정 내릴 가능성↑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 문호남 기자 munonam@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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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김준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close 증권정보 096770 KOSPI 현재가 134,500 전일대비 등락률 0.00% 거래량 0 전일가 126,700 2026.05.15 개장전(20분지연) 관련기사 주식자금이 더 필요하다면? 연 5%대 금리로 최대 4배까지 'SK이노베이션 E&S, 해킹 은폐' 의혹 제기에 "ESG보고서에 공표" 해명 [클릭 e종목]"SK이노베이션, 호르무즈 봉쇄로 기업가치↑" 대표는 지난 26일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2017년 대표이사 취임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주총에서 의장을 도맡았는데 올해는 다른 이에게 의사봉을 넘겼다. 당초 김 대표는 올해도 의장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미국 출장이 잡히면서 서둘러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계획을 회사가 공개하진 않았으나 현지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당국자와 정치권 인사 등을 만나기로 했다고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그간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확장해왔던 SK이노베이션으로선 지난달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판결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처지다. SK가 기존에 수주한 일부 물량만 만들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수입을 허용했을뿐, ITC가 10년간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한시적으로 공장가동이 가능하다고 해도 제조업 공장을 5년 이상 가동하지 못한다는 건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얘기다.

SK는 미국 동남부 완성차 메카로 꼽히는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지어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 2공장 투자까지 확정한 상태다. 1·2공장 투자 금액만 50억달러에 달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확대에 소매를 걷은 만큼,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게 뻔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차인 포드 픽업트럭의 전기차 모델, 테슬라와 함께 현 시점에서 양대 전기차 메이커인 폭스바겐 전기차의 현지 제작분에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계약을 수년 전 맺은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미지출처: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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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美 전기차 확대·조지아 일자리 내세워
ITC 판결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주길 요청

김 대표는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주도록 현지 당국과 정치권에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적은 없으나, 전기차 배터리가 갖는 위상이 남달라진 만큼 전례없는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배터리 상위권 업체로 떠오른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 사업을 접을 경우 현지 전기차 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어서다. 미국 정부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중국 업체를 견제하려는 태도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내 공급망을 점검하라고 한 분야 가운데 하나다. SK가 현 행정부와 끈이 닿을 법한 고위 당국자를 영입하거나, 이 회사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까지 직접 미국에 가서 정치권 인사를 만나고 있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지난 25일 열린 LG화학 주주총회에서 신학철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당시 SK 측과의 협상과 관련해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회사 제공>

지난 25일 열린 LG화학 주주총회에서 신학철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당시 SK 측과의 협상과 관련해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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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가능성이 높지 않은 대통령 거부권에 매달리는 건 지난달 ITC 판결 전후로 LG와의 협상에서 인식차가 크고 좁히지 쉽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업계에서는 ITC 판결 후 두 회사가 합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었다. 잘잘못을 가려낸 만큼 앞으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3~4년간 이어진 분쟁을 접어야하지 않겠냐는 기류가 있었다.


그런데 양쪽이 제시한 합의금이 너무 차이가 났다.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SK는 수천억원대 금액과 함께 앞으로 상장할 배터리 소재 자회사 지분, 일정 기간 로열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수조원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ITC는 SK가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았다면 개발기간이 10년에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LG는 자신들이 10년간 배터리 관련 연구개발에만 5조원 이상을 썼다는 점을 공공연히 강조해왔다. ITC 판결 후 한달 넘게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은 채 ‘장외설전’이 이어지는 걸 두고 사실상 협상이 물건너간 신호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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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美사업 철수 가능성도 내비쳐
"진전없는 LG-SK 협상, 美 중재하면 탄력"

김 대표가 미국 현지까지 찾아간 배경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대통령 검토 시한인 다음 달 11일까지 보름 정도 남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출장기간 전후로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출장 기간 중 대통령 거부권 행사여부에 대한 확답을 들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거부권 행사가 없다면 현지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논의도 회사 안에서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다. 일종의 배수진이다.


이 경우 기존 투자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기존 포드·폭스바겐과의 계약을 어기는 모양새가 된다. 미국 전기차의 경우 외산 배터리를 쓰면 추가로 세금을 물기에, 한국이나 중국·유럽 내 공장에서 배터리를 만들어 공급할 수 없다. 계약위반에 따른 위약금은 물론 다른 지역 사업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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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 차원에서 두 회사간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SK의 미국 사업 철수를 막기 위해선 두 회사가 합의하는 길밖에 없다. 여태껏 협상이 어느 한쪽이 더 주거나 덜 받는 식으로 진행된 탓에 좀처럼 진행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의 중재는 양사간 협상을 타결하는 데 큰 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한쪽에 '당근'을 제시할 권한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조지아 의회 차원에서도 대통령의 거부권보다는 두 회사간 합의에 힘을 싣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시간에 공장을 둔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사 외에도 최근 현지 추가 투자를 공언한 상태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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