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불만투성 금소법…출발만으로도 절반은 성공
금소법 시행 D-2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몇 년 전 중국의 한 은행을 방문해 통장을 개설하고 비교적 간단한 이재(理財·투자 상품) 가입을 시도했다가 담당 은행 직원이 카메라를 가져와 영상녹화를 하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황당해 하며 "왜 저를 찍어요?"라고 묻자 직원은 중국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영상녹화 진행이 법적 의무사항이라고 했다. 직원은 카메라를 켜기 직전 두세 번 녹화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질문할 내용들을 미리 알려주고 친절하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줬다. 잘못 대답하면 가입 자체가 안되니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싶으면 녹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는 귀띔도 했다.
중국 은행 직원들의 업무 속도가 느린 탓도 있겠지만 모든 작업을 마치고 은행문을 나오기까지 어림잡아 40~50분 정도가 소요됐다.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한 녹화 영상을 금융당국 제출용 증거자료로 남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도 했지만 과거 중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금융사고와 은행권 부실자산 숨기기 등을 감안하면 이를 통제하기 위해 뭐라도 규제장치를 마련해야 했던 금융당국의 입장이 어느정도 이해는 갔다.
한국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법안이 최초 발의된 지 10년 만에, 그리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시행 준비를 한 지 1년이 지나고서야 겨우 출발선에 섰다. 금소법이 시행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잇달아 터진 사모펀드 사고들이 소비자 보호 강화와 금융상품 판매사의 책임소재 명확화 필요성을 부추겼고 법안 시행에 속도를 내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금소법이 시행되지만, 안타까운 점은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바른 방향의 목적을 지향하면서도 이 법안과 얽혀있는 모두에게 그다지 환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불만으로 준비부족을 꼽는다. 시행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준비가 덜 된 금융사들은 대혼란 그 자체다. 연말·연초 조직개편 시즌에 맞춰서야 관련 조직이 꾸려졌고 바뀐 제도에 대응할 수 있는 전산·영업 시스템 전환도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금소법 시행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한 숙제를 떠안았다. 금소법 위법계약해지권을 놓고 해석이 분분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시행령에는 구체적 기준이 담겨 있지 않고 시행세칙은 마련 조차 되지 않아 제대로 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은 평소 10~20분이면 가능했던 금융상품 가입 작업이 이제는 많게는 1시간까지도 각오해야 할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데에서 미리 겁을 먹고 있다.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 휴식 및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 금융상품을 가입해왔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오랜 대기시간과 더 복잡해진 가입절차가 불편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금소법 시작과 함께 준비 미흡에서 오는 각종 불편사항과 규제 사이에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틈새’들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는 6개월이라는 시행 유예기간을 거치며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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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생기면 개선방법을 찾으면 되고, 방법을 적용해 고치면 된다. 금융시장에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위해 각 관련 업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독려해야 할 일이다. 금융업계가 금소법을 계기로 고객중심 경영을 실천하면서 좌절하지 않고 힘을 낼 수 있도록 채찍 보다는 당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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