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정치학]무당층·정의당 지지세 보수로…"너무 싸우면 공멸"
'콘크리트' 지지층 넘어 중간지대 확장성 관건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단일화는 두 후보의 지지율 합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단일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에는 겉보기보다 다소 복잡한 셈법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이번 선거의 ‘단일화 시장’에 정의당 지지자들이 나와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정의당은 당대표 성추행 사건 여파로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 당의 고정 지지율은 5% 정도다. 이들의 표심은 어디로 향해 있을까.
아시아경제 의뢰로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6~7일 실시한 서울시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의당 지지자의 23.2%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적합한 인물로 지목했다. 범진보 세력이란 점에서 수긍이 가능하다. 그런데 정의당 지지자의 29.1%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꼽은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들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도 13.3%의 지지를 보냈다. 일견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사건에 대한 반감이 일부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의외의 상황’이 이번 선거에서 단일화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한편 지지 정당이 없거나 모른다고 응답한 무당층은 조사 대상의 18.6%였다. 이들은 각각 안 후보 31.1%, 오 후보 30.0%에게 지지를 보냈다. 박 후보는 8.3%에 그쳤다. 서울 지역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정당 지지율에선 우세하지만, 그 당이 내세운 박 후보는 고전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단일화 이슈가 등장했고, 보수 야권에서 필승의 카드로 보고 있는 것은 이런 민심을 감안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세를 고립시키는 효과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 지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고정 지지층은 30% 안팎에서 이른바 ‘콘크리트’ 양상을 보인다. ‘부동층(浮動層)’으로 불리는 중간지대로 얼마나 확장하느냐는 승리의 기본 조건으로 여겨진 지 오래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이후 보수가 좀 더 위축된 것으로 보이며, 상대적으로 제3지대의 영역이 넓어진 측면이 있다. ‘강성 보수’로 인식된 나경원 전 의원과 이언주 전 의원이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낙마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수 야권 단일화 후보 적합도 질문에는 무당층의 37.1%가 안 후보, 29.5%가 오 후보를 꼽았다. 최근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이 격차가 20%가량 벌어진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처럼 무당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최대 무기로 삼고 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집중적인 선호도를 밑거름 삼는 ‘적합도’에 주력하는 것이다. 대개 보수 표심이 더 많이 반영되는 유선전화 여론조사 방식을 일부 포함하자고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측의 지지세가 비등하다고 판단되니 여론조사의 디테일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투기 사태까지 터지면서 보다 이로운 입장에 선 두 후보들로서는 단일화 협상이 본선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다. 반면 ‘같은 집안’으로 보이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단일화 과정은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제 관건은 보수야권의 ‘아름다운 단일화’냐 아니면 ‘이전투구’로 비쳐지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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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단일화는 단순히 숫자의 합산이 아니라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표를 갉어먹을 수도 있다"면서 "보수 야권 단일화 과정을 보면 상대에 대해 조심스럽고 존중하는 자세로 보이지 않는다. LH 사태로 인한 반사효과만 기대해서는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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