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유통정책, 규제보다 공생정책 전환 필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유통산업도 새로운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매출 감소로 구조조정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성장과 투자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유통산업에 접목되면서 무인판매, 라이브방송, 로봇 자동화 물류시스템, 드론 및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배송 등이 확산일로에 있다.
인공지능(AI)은 시간대별로 판매 패턴 변화를 분석해 적절한 전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유통산업을 유도한다. 정보가 경쟁의 핵심 요인으로 등장했다. 고객 정보를 선점하고 공유하기 위한 업체 간 협력과 인수가 치열해진 이유다.
유통은 사람으로 치자면 대동맥인 대형 유통업체, 미세혈관인 중소업체들과 소상인들로 구성된다. 대동맥과 미세혈관 중 하나라도 망가지면 인간은 죽음에 이른다. 어느 것 하나만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동안 한국의 유통정책은 미세혈관에 해당하는 소상공인과 중소유통업체의 생존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도 연일 중소유통정책 관련한 새로운 규제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 전통시장 반경 20㎞ 내 대형마트 영업금지에 관한 입법안 등은 대표적으로 과격한 법안이다.
법안이 입법화되면 인구 5만명 이하 소형 도시에는 대형마트가 있을 수 없게 된다. 소비자의 불편은 물론이고, 일자리도 줄어 협력중소기업과 농민들의 납품도 중단된다.
국회의원들의 과격한 제안들은 지역 표심을 고려한 것이다.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유통정책의 지향점 "소외계층이 더 이상 눈물을 흘리도록 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신념 때문이다. 그러한 정치신념을 국민도 부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방법이다. 시대의 여건을 고려해가며 혁신을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대기업을 틀어막기보다 소상공인에게 AI를 활용해 판로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소유통지원 예산은 다른 정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크게 미미한 수준이고, 종합선물 세트처럼 다양하기는 하나 지원이 연계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인프라형 선택과 집중도 중요한 문제다. 소상인들을 위한 전문화된 금융지원시스템과 지역거점별 유통 및 물류센터의 설립 및 활용도 시급한 유통정책 과제다. 정부 지원만 바라는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지원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경쟁에서 탈락한 소상공인의 생존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규제하는 그 법으로 현재 유통산업을 더 이상 통제할 수는 없다. 혁신을 저해하는 경제는 공멸하게 마련이다. 정부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유통규제보다는 새로운 디지털 유통환경에 걸맞은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시장경쟁 정책을 펴야 한다. 중소업체와 소상공인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경쟁이 아닌 함께 공생하며 협력하는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때 한국 유통산업이 그간 일구어온 산업경쟁력도 강화되고 소비자의 편의성도 높아지며 우리 경제사회도 지속 성장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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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성 동덕여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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