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부산진경찰서, 치매 할머니 찾은 ‘공조 수사’ 이야기

경찰과 할머니가 손을 잡고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이미지출처=부산경찰청]

경찰과 할머니가 손을 잡고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이미지출처=부산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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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아, 할머니는 기억의 ‘저편’으로 가 있었다. 머릿 속은 온통 지우개로 지워졌다. 경찰관은 “어르신, 이제 집으로 편안히 가셔야죠”라며 주름이 깊게 파인 할머니의 손을 꼭 감쌌다.


지난 11일 오후 6시 30분 112로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치매를 앓고 있는 90세 ‘엄마’가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는 딸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신고 받은 부산 금정경찰서는 신고자의 집주변을 긴급수색했으나 할머니는 없었다.

그때 경찰관들의 ‘촉’이 발동했다. 혹시 옛날 동네를 기억하고 계신 걸까. 할머니의 옛 주소를 조회한 금정서는 할머니가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곳에 공조 요청을 했다.


부산진경찰서 서면지구대 강진영 경사는 전달받은 주소지가 가로등도 부족한 외진 동네라는 사실을 순간 떠올렸다.


‘어둡고 외진 곳에 외롭게 떠돌지도 몰라’.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밀려오는 걱정에 짠한 마음이 든 강 경사는 현장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강 경사 등 출동한 경찰관들은 골목 골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수색한 지 15분 지나 어두운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매고 있던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기억 저편에 있던 이사하기 전 집에 가야만 했던 할머니. 불편한 몸을 채찍질해 드디어 ‘나의 집’을 찾아온 것이다.


강 경사는 물었다. 할머니는 자신이 어떻게 옛집을 찾아왔는지 ‘당연히’ 기억하지 못했다.


얼마 전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두 분 모두 여의었던 강 경사의 가슴 속에 할머니와의 추억들이 쏟아졌다. 애틋함을 달래고 싶어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지구대에 도착해 빵과 우유로 할머니의 허기를 달래줬다. 그리고 금정구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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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다음에도 옛집이 보고 싶으시면 저에게 꼭 연락주세요”. 강진영 경사가 계속해서 잡았던 할머니의 손을 놓았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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