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통하는데 역학조사 하라고?' … 외국인 방역관리 '사각지대'
보건소, "외국인과 언어 소통 불편 가장 큰 애로"
전문가, "외국인 관련 데이터와 정보 공유는 무엇보다 중요"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최근 외국인 근로자의 잇따른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선제 검체 검사와 역학 조사에 나선 일선 보건소 직원들이 외국인 근로자와의 언어 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일 현재 도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1만 428명 중 1466명이 외국인(14.1%)으로 지난해(7.7%)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 확진자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도는 4차 유행 확산을 막아내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주가 코로나19 선제 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긴급대응단장은 지난 9일 "진단검사 이후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찾아내는 일, 적절한 거처에서 안전하게 격리하는 일, 생활치료센터나 의료기관의 병상을 배정하는 일 등의 과제가 남았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또, 앞서 지난 1월에는 도내 외국인 주민·노동자들의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위해 '통역 봉사단'을 출범하며 "방역 현장의 언어소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한 바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보건소에 대한 통역 지원은 요원했고, 그나마 역학조사를 위한 지원도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보건소 직원들은 외국인 근로자와의 언어 소통의 문제를 가장 큰 불편으로 꼽았다.
경기북부의 한 보건소 직원 A 씨는 "대화 안 통하는 게 가장 큰 애로다. 통역 콜센터의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그것도 일부 인원만 와서 지원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 B 씨는 "기초적인 방역 관련 정보를 전달하려 해도 언어 소통 문제 때문에 교육이 안 된 외국인들이 집단 감염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감염병관리지원단에서 통역을 지원하고는 있으나, 인력이 부족해서 제한적으로 역학조사가 필요한 곳에만 보내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또 있다. 외국인 집단 감염이 발생해도 중앙정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방침에 따르라는 지시 외에 구체적인 지침이나 정보 공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보건소 직원 C 씨는 "불법 체류 외국인의 경우에는 기초 정보나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방역 관리에 많은 허점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보건소 직원들은 "질병청이나 중대본 지시를 따르고 매 상황을 보고하기에도 바쁘다"며 "보건소나 위탁 기관이 판단하고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역 지원을 나갔던 한 공무원은 "그나마 지난 1년여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겨우 갖춘 게 지금의 수준"이라고 전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선제 검사와 역학조사는 방역의 승패를 좌우한다"면서 "특히, 확진 검사보다 훨씬 높은 단계의 업무이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데이터와 정보 공유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제 검사와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한 여러 문제점을 분석한 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매뉴얼로 처리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지역 확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밖에 "등록된 외국인은 검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방역 관리는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가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며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검사에서 양성 판정받으면 치료비 부담과 강제 추방 등의 불이익을 당할까 봐 도망해 은둔하면 더욱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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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역 업무와 역학 조사가 한창인 데다 지난달 26일부터는 백신 접종까지 감당하는 등 지자체 보건소 직원들이 삼중고를 겪지만, 정부의 대책 미흡으로 외국인 방역 관리에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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