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재미교포 리 아이작 정 감독
한국어로 전하는 따뜻한 정과 사랑 "돌아가신 할머니 좋아하셨을 것"

"영화 '미나리'는 진심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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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려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그 언어는 영어나 다른 외국어가 아니라 ‘진심의 언어’다." 지난 1일(한국시간) 영화 ‘미나리’로 제78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수상 소감이다.


언어에 대한 언급은 ‘미나리’가 외국어영화로 분류돼 일어난 논란에 기인한다. ‘미나리’는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사 플랜B에서 제작했다. 정 감독과 주연 겸 프로듀서를 맡은 스티븐 연도 재미교포. 이날 시상식 후보 명단에도 ‘미나리’의 국적은 미국으로 표기됐다. 하지만 대화의 절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영화로 분류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규정에 따라 작품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서 배제됐다.

영화의 내용은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미국적이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삶과 애환을 다룬다.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온 제이콥(스티븐 연)·모니카(한예리) 부부. 비옥한 땅을 일구겠다는 일념으로 아칸소주의 한 농장에 정착한다. 심장이 좋지 않은 외손주 데이비드(앨런 김)와 앤(노엘 케이트 조)을 돌보기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도 한국에서 넘어온다.


서로 의지하며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은 아메리칸 드림과 맞닿아 있다. 정 감독은 그 근간이 된 미국 노동자 계급의 자기희생과 금욕적 삶 등을 조명한다. 토박이와 이민자 구분 없이 뜻을 펼칠 수 있었던 관용과 기회의 가치를 되새기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정책에 대해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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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a 통신은 "한국계 미국인을 중심에 둔 미국적인 이야기지만 미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목인 미나리를 가리키며 "강인함을 상징하는 한국의 전통 약초는 한인 이민자 가족이 고난 앞에서 찾아낸 끈기와 신뢰에 대한 은유"라고 소개했다. CNN은 "‘미나리’의 작품상 후보 배제는 할리우드의 인종차별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게 한다"면서 "미국인의 20% 이상이 집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그것을 ‘진심의 언어’라고 일컬었다. 그는 "저 스스로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물려주려고 한다"면서 "우리 모두 서로에게 이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골든글로브 후보 사전 인터뷰에서도 ‘미나리’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딸이 일곱 살이 됐을 때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며 “내가 그 나이였을 때 느꼈던 것을 되새기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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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정 감독의 과거가 담긴 배역은 데이비드. 외할머니 순자와 ‘진심의 언어’로 소통하며 따뜻한 정과 사랑을 깨닫는다. 정 감독은 그 과정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작비 조달에 대한 우려에도 한국어를 대거 삽입했다. 이민자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할머니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제가 타협하지 않고 한국어로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에 매우 자랑스러워했을 것 같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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