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책임론 대두…사모펀드 감독 실패에도 금융사 수장만 중징계
중징계 시 취업제한 등 불이익…행정소송 제기 가능성 높아
금융당국 '떠넘기기' 비판 제기…"책임론 자유롭지 못할 것"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금융권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게 잇따라 중징계 통보를 내리면서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 책임론이 또 다시 대두되고 있다. 1조6000억원의 환매를 야기한 라임 사태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관리 감독 소홀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데도 금융사 CEO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금감원 일부 직원들이 라임 사태와 관련한 범죄행위에 연루된 상황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일 라임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부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전 제재 통지문을 보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무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에게는 주의적경고가 통지됐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조치가 통보되면서 금융권은 금융사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사모펀드 사태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 책임을 무시할 수 없는데 금융사 CEO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금감원은 지난해 주요국 금리 연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도 CEO 중징계를 염두에 둔 채 불완전판매의 제재 근거가 되는 ‘자본시장법’은 배제하고,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끌어들여 논란이 됐다.
또한 금감원 내부 직원이 라임 검사계획 문건을 김모 전 금감원 팀장(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통째로 넘긴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금감원은 해당 직원에 경징계(감봉)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쳐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특히 이 문건을 건넨 장소가 유흥주점이었는데도 관련 징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금감원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펀드 사건 피해 규모를 키웠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내부통제 미흡 등을 문제 삼아 경영진에게 무더기 징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사모펀드 사태 부실감독 책임론을 덮기 위해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금융사들은 사모펀드 사태가 금융위원회가 지나치게 규제를 완화한 것이 단초를 제공한 만큼 판매사에만 엄격한 잣대로 징계를 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융위는 2015년 자본시장법·시행령 개정을 이끌면서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진입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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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시장을 감독하는 금융당국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사가 아닌 경영진에 대한 기울어진 잣대는 행정소송·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도 있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한 촘촘한 감독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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