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야당 비토권 폐지’ 개정 공수처법 위헌성 따져본다… 본안심판 회부 결정
법조계 “공수처 출범 후 헌재 ‘기각’ 결정” 전망 우세
위헌 결정 나와도 ‘장래효’가 원칙… 예외는 있어
헌재 결정문에 담길 판단 내용에 관심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의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무력화한 개정 공수처법의 위헌성을 본격적으로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15일 헌재에 따르면 헌재 제1지정재판부(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김기영)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개정 공수처법 제6조 7항 등이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을 본안심판에 회부하기로 지난 12일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원래 ‘위원 6인 이상의 찬성’이었던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의 의결정족수를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완화시켜 7명의 추천위원 중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의 동의가 없어도 의결이 가능하도록 개정한 조항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 말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개정 공수처법은 통과 과정의 절차나 실체적인 내용 모두 위헌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 법률안 제안이유에서 밝혔듯이 ‘공수처의 신속한 출범’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야당의 심도 있는 논의 제안을 무시한 채 거대 여당의 의석수를 앞세워 제대로 된 토의도 없이 바로 본회의에서 의결시켜버리는 등 절차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것.
특히 개정 전 공수처법 제6조 5항의 비토권 조항은 정부와 여당이 낙점한 사람이 아닌, 보다 중립적이면서도 능력 있는 사람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규정으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독립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가장 핵심적인 규정인데, 해당 조항을 마련하며 “야당이 반대하는 사람은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던 여당이 원하는 인사를 공수처장으로 임명하는데 있어 절차적인 장애가 발생하자 180도 태도를 바꿔 의석수를 앞세워 통과시켰고, 문 대통령은 이를 바로 공포해버렸다는 게 유 의원의 주장이다.
이번 헌법소원 사건은 법률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제기하는 ‘법령소원’으로 지정재판부의 본안 전 심사(사전심사)를 통과했다는 건 일단 청구인적격, 기본권침해 가능성 등 헌법소원의 요건이 구비됐다는 의미다.
다만 헌재의 본안심리 결과는 공수처가 정식 출범한 이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말 추천위가 개정된 조항에 따라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등 2명을 공수처장 후보자로 추천했고, 김 선임연구관이 최종후보자로 지명돼 오는 19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 헌재가 개정된 공수처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법률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은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법률의 효력이 상실되는 ‘장래효’가 원칙이라 무조건 후보자 추천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헌재는 형벌 외의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의 장래효를 규정한 헌재법 제47조 2항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고, 헌법소원을 인용하면서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를 취소하는 결정도 내릴 수 있는 만큼 김 후보자에 대한 추천이 무효가 돼 추천위가 개정 전 조항에 따라 위원 6인 이상의 찬성으로 다시 후보를 추천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헌재는 개정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외에도 앞서 공수처법 자체에 대해 접수된 헌법소원 및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한 심리도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핵심정책으로 추진해온 공수처 출범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헌재가 공수처법이나 개정 공수처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유세하다.
다만 헌재가 결정문에서 ▲헌법상 설치근거가 없는 공수처의 헌법체계상 지위를 어떻게 정의할지 ▲사회적 신분에 따라 수사기관이 달라지는 불평등을 어떤 논리로 차별이 아니라고 할지 ▲개정 공수처법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힘의 논리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 보장을 담보할 핵심 조항을 개정한 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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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재의 심판 회부 결정은 민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됐던 공수처법 개악법이 위헌 여부를 다퉈야 할 충분한 필요성을 갖췄다는 의미”라며 “사법부가 현 정권의 부당한 간섭과 압박에 굴해선 안 되며, 오직 법리에만 입각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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