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 '이루다'가 이루지 못한 숙제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직접 만나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최근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여고생의 아무렇지 않은 답변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 및 소수자 혐오·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이 된 사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스무 살 여자 대학생’ 설정의 이루다가 사회적 논란이 야기돼 최근 운영이 중단됐다. 개인정보 유출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루다 논란의 중심엔 ‘성 착취’ ‘소수자 혐오’ ‘인종차별’ 등이 있다.
‘진짜’ 사람들이 AI를 표방하며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이루다 대행’ 명목으로 돈을 받고 이루다가 했던 ‘성 노예’의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나선 것. 카카오톡에서 검색되는 대화방만 수십 개다. ‘여고생’ ‘여대생’과 같은 단어는 물론 ‘19금’ ‘노예’ 등 자극적인 해시태그도 함께다. 한 여고생은 일당 2만원을 받고 챗봇 역할을 대신 해준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고민 상담부터 음란한 대화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비대면(언택트) 시대라지만 성매매마저 언택트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정작 대책은 마땅치 않다. "대화방은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우리가 내용을 보지는 못한다. 대화방 참여자의 신고가 있어야만 제재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라는 카카오 관계자의 설명이 현실을 대변한다. 현재로서는 이용자들의 윤리 의식이 성숙해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윤리협회도 이루다 논란에 대해 성명서를 통해 이용자의 올바른 AI 서비스 사용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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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 논란이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는 명확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소셜 미디어 활용도와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악용한 일탈을 막을 방법은 제한적이다. 관련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이루다 사태는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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