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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한 건에 中企 사망"…'기업 징벌 3법'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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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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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성기호 기자]"형사 처벌받고 과징금도 내는데, 민사로 손해배상까지 하면 3중으로 처벌받는 거 아닌가요. 소송 한 건이면 회사는 끝장날 수도 있어요".


경기도 안성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A사 정상철(가명) 대표는 "소비자 관련 피해가 발생하면 원인이 뭐가 됐건 협력사에 책임이 전가 돼 대표인 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징역도 살고, 전재산을 털어 과징금을 내는 것도 모자라 손해액의 5배를 더 물어줘야 한다면 나도 직원들도 길거리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징역+과징금+손배까지 '삼중고' = 정 대표는 4년전 원청업체의 리콜 사태에 연루됐던 적이 있다. 사고원인 조사결과 납품한 부품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당시 ‘나쁜 기업’으로 낙인찍혀 소비자들의 항의와 소송 압박에 시달리면서 회사는 폐업 직전까지 내몰렸다.


15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대표인 그가 사고 수습을 위해 직접 뛰어야 했다. 당시 징역이나 벌금을 각오했고, 과징금이 나온다고 해서 집을 담보로 대출도 받았다. 1년 뒤 부품에 하자가 없음이 밝혀졌지만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원청업체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계속 납품해야 했고, 소비자들의 항의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68.6%가 집단소송법제정안(집단소송제) 도입을 반대했다. 특히 피소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은 85%가 반대했는데 이들은 블랙컨슈머에 의한 기획소송과 법적대응 비용증가 등을 크게 걱정했다.

◆中企 67% "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배제는 이달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함께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기업들이 가장 우려해 왔던 법안이다. 두 법안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은 법무부의 입법예고를 거쳐 현재 법제처의 심사를 받고 있다. 이달 중 심사가 끝나면 2월에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텐데 특히 중소기업들에게는 비용을 넘어 생존이 달린 문제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집단소송제는 개별 소비자의 피해구제 효과는 적으면서 기업의 비용은 높이는 비효율적인 제도"라며 "자금여력과 전문 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자칫 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일부가 제기한 소송만으로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법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반사회적인 위법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의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묻는 제도다. 피해자가 50명이 넘는 모든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집단소송제 적용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 "무리한 입법" 한목소리 = 전문가들은 ‘무리한 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사법과 형사법의 구분이 명확한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억지법이다. 과징금 제도에 징벌적손배제까지 시행하면 이중, 삼중으로 처벌받게 된다"면서 "기업은 소송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지와 평판에 치명적인데 코로나로 기업들도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지금 도입하려는 배경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송 남용 때문에 비난받고 있는 미국의 제도를 그대로 옮겨오겠다는 대단히 잘못된 제도"라면서 "징벌적 배상은 특별법에 한정시켜야 하는데 일반적 상행위에 적용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유통산업발전법 등 규제 법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3월 초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임기 종료되며, 4월에는 재보궐선거, 5월 전당대회 및 원내대표 선거 등 크고 작은 일정이 집중돼 있어 상반기 중 핵심 입법 과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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