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우려해 왔던 내용 그대로 통과"
"부작용 최소화 위한 논의 즉시 착수해야"

중대재해법 결국 통과…경제계 "하소연 해왔는데, 그저 참담할 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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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영진은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처벌 규정을 담고 있어, 법이 시행되더라도 현장에서 적용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재적 의원 266명에 찬성 164명, 반대 44명, 기권 58명으로 관련 법을 통과 시켰다.

법안이 통과 되자 경영계는 곧바로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영책임자와 원청이 그 역할과 관리범위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한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등 세계최대의 가혹한 처벌을 부과하는 위헌적 법이 제정된데 대해 경영계로서는 그저 참담할 뿐"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계의 핵심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않은 채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며 "우리나라의 산업수준과 산업구조로는 감당해낼 수 없는 세계 최고수준의 노동·안전·환경 규제가 가해진다면 우리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고용과 투자 등 실물경제 기반도 약화되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에서도 '先 산재예방정책 강화, 後 처벌강화'라는 기조 하에 선진경쟁국 사례 등을 토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 다시 한번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합헌적·합리적인 법이 되도록 개정을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논평을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원·하청 동시 처벌과 처벌 수위의 상향 조정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수주 감소에 따른 경영 악화, 하청 대신 자동화 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도급 등 탄력적인 외부 인력 운용의 위축에 따른 기업경쟁력 훼손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경련은 "특히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지 1년여 밖에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원인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전적으로 기업과 경영진에게만 책임과 처벌을 지운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와 정부는 중대재해법 통과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에 즉시 착수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경제계는 그간 사업주 처벌의 하한제만이라도 상향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 규정을 구체화해달라는 요구도 묵살됐다. 법 시행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여전히 모호한 조항이 많다는 지적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처벌 범위다. 여야 중대산업재해 책임자를 ‘대표이사 및 이사’에서 ‘대표이사 또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합의했다. 어떤 상황에서 누가 책임을 지는지 명확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대기업의 경우 안전담당 이사가 존재하지만 이 이사는 일부 지역 사업장의 안전 관리만 담당하고 있다. A대기업 지방 공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부지역 사업장만 관리하는 안전담당 이사가 이곳까지 책임져야 하느냐가 문제될 수 있다. 만약 사업장의 안전담당 책임자를 공장장으로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을 동시에 적용받는다면 안전사고 시 산안법으로 안전담당 이사와 공장장, 중대재해법으로 사업주까지 모두 처벌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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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을 적용할 때 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간의 인과성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느냐도 쟁점이다. 처벌을 위해서는 의무를 넘어 귀책사유가 존재한다는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명확한 의무 설정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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