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론 때문에 내수 살리기 주저하는 권익위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관계기관 협의 등의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입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상 농수산물 선물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여전히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주무부처다.
전 위원장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새해 들어 농축산업계는 물론이고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의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도 꿈쩍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협동조합 등은 지난 5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한시적으로 선물가액을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했고 정 총리는 곧바로 권익위 부위원장에게 검토를 지시했다. 농식품부와 해수부 장관 역시 이틀 후 이례적으로 권익위원장을 찾아가 선물가액 근거가 담긴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권익위원장이 흔쾌히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법을 지켜야 하는 행정부가 지난해 추석에 이어 또다시 원칙을 깨야 하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권익위 내부에선 인터넷 뉴스의 댓글까지 찾아보며 여론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 ‘10만원 이상의 선물을 주고받을 형편이 되는 공무원 전용법 아니냐’는 비판을 상당히 의식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원칙을 고수할 처지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민생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어떤 조치라도 해야 하는 비상상황이다.
결정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난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한시적으로 상향조정했지만 연휴 20일 전에야 임시국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결과적으로 업계는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권익위는 전 위원장 취임 이후 ‘소극행정도 부패’라는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법과 원칙을 고수한다면 스스로 소극행정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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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는 설 연휴 한 달 전인 오는 11일 선물가액 상향 조정 안건을 전원위원회 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각계의 요청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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