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멈춰선 'K배터리' 시계
LG에너지-SK이노 美소송 판결 세번째 연기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황윤주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내년 2월10일로 또 한 번 연기했다. 당초 10월5일로 예정됐던 최종 판결일이 10월26일, 12월10일로 연기한 데 이어 내년 2월로 세번째 연기된 것이다. LG와 SK의 배터리 소송이 3년차에 접어들게 되면서 'K배터리'의 미래가 불확실성에 잠식될 위기에 처했다.
◆ITC '3차례' 연기, 바이든 정부로 공 넘겨= ITC는 9일(현지시간) 위원회 투표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일을 내년 2월10일로 연기키로 했다. 판결일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재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ITC는 최종 판결을 3차 연기한 배경이나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상황과 ITC의 고심이 맞물려 최종 판결일이 미뤄졌다고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인 만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패소 판결을 확정되는 데 대한 의견도 미국 내부에서 분분한 것으로 알려진다. ITC가 판결을 연기할 수는 있지만 세 차례에 걸쳐 약 넉 달을 미루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ITC판결이 코로나 영향 등으로 50건 이상 연기된 바 있어 같은 이유로 본다"며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소송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측은 "3차 연기로 불가피하게 소송이 해를 다시 넘겨 장기화된 것은 유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K배터리 '올스톱'‥협력사 생존 위협= 업계는 소송 리스크가 더욱 장기화되고 있어 현재 고착 상태인 합의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장기 소송전에 매우 지쳐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로비스트와 대형 로펌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양사가 쓴 소송비용은 4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린 소송 장기화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양사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SK이노베이션이 계획했던 미국 공장의 가동과 증설이 불가능하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0월 전후로 추가 투자를 위한 장비 발주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를 넘겨서야 제대로 된 발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전체 시설투자는 3조7000억원, 이 가운데 배터리 사업은 1조원을 상회했다. 헝가리 코마롬 공장 시설투자에만 국내 협력사에 약 3400억원 정도의 발주를 진행했다. 중국 창저우, 미국 조지아 공장 등을 더하면 협력사들은 지난해 7000억~8000억원 내외의 낙수효과를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대규모 사업이 전무하다 보니 협력사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대기업들은 소송전을 버틸 체력이 되지만 협력사들은 그렇지 못하다. 배터리 생태계를 지지하고 있는 협력사들을 위해서라도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K배터리' 의존도 낮아진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배터리 화재 이슈와 더불어 'K배터리' 소송전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기업들과의 협력을 불안해 하는 상황이다. 폭스바겐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합작투자 계획이 연기된 상황에서 BMW와 스웨덴 노스볼트의 합작설 등이 속속 흘러나온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K배터리' 소송을 틈 타 전세계적으로 배터리 공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중국 장성자동차에서 분사한 배터리 기업 에스볼트가 지난달 독일에 첫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LG화학과 배터리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CATL도 2022년 가동을 목표로 독일 중부 에르푸르트에 연 14GW 규모의 배터리 셀 공장을 짓는 중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헝가리와 폴란드 등 주변부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반편 중국 기업들은 유럽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독일을 직접 공략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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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유출도 문제다. 'K배터리' 기업들이 소송전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중국은 정부 지원과 기업의 자본력을 동원해 한국 배터리 주요 인력들을 빼가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가 배터리 기술 연구에 뛰어들면서 세운 글로벌배터리연구원 핵심 간부진 대다수가 한국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의 핵심 인력들이 모두 중국에 모였다"면서 "분명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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