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자원고갈 우려
사회적 통념에 도전장 제시
자본주의는 탈물질 시대 견인
기술발전과 결합
자본주의 바로세울 수 있는 정부
정부 바로 세우는 대중이 조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제2의 기계 시대(2014)'로 크게 주목받은 정보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앤드루 맥아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가 새 책 '포스트 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에서 기존 통념에 도전장을 던졌다. 기후변화, 자원 고갈을 우려하는 인류에게 밝은 미래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맥아피는 '포스트 피크'에서 기술 발전과 자본주의의 결합으로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암울한 미래를 걱정해온 우리의 통념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파멸 또는 고통스러운 미래 대신 희망을 말하는 낙관론에 의구심부터 드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어둡게 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맥아피의 시각은 새롭다.

기후변화 시대의 우리는 인류세(人類世ㆍ지구 역사에서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크게 영향을 미친 시기를 구분한 지질 시대)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 관련 이슈는 이제 정치ㆍ사회의 중심 의제가 됐다.

[남산 딸각발이]인류에게 지혜가 있는 한 여전히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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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이면에는 세계 인구가 꾸준히 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류가 소비하는 자원과 에너지 역시 증가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에 환경오염이 더 가속화해 결국 예고된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전망을 낳을 수 있다. 파국을 늦추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맥아피는 이런 전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술 발전 등으로 물질 생산성이 대폭 향상됐으며 노예제 폐지나 절대빈곤 감소처럼 인류의 삶도 개선되는 과정을 거쳐왔다는 것이다. 미국 농업의 경우 경작지 1800만헥타르가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농작물 생산량은 늘었다. 같은 기간 칼륨ㆍ인산염ㆍ질소 등의 절대사용량이 감소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농지가 줄고 비료를 덜 써도 농작물 개량 등으로 농업 생산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종이 사용량의 경우 2013년 이미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인류가 종이를 가장 많이 쓴 해는 7년 전으로 이후 종이 사용량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술 발전 덕에 같은 양의 공산품을 제조해도 이전보다 훨씬 적은 자원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저자는 기술 발전과 자본주의를 변화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자본주의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가격 경쟁력을 찾으려 든다. 이런 자본주의가 이른바 '탈물질 시대'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결합해 자원 소모를 줄인다는 뜻이다.


저자는 더욱이 디지털 도구까지 활용되면서 자원이 덜 쓰이는 방향으로 생산 방식마저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카메라, 휴대용 음악 기기, 지갑, 책 등 과거라면 가방에 한가득 담겼을 일상용품들이 이제 휴대전화 한 대에 담기게 됐다. 휴대전화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 역시 현격히 줄었다.


이윤 추구에 동원된 기술 발전과 자본주의의 조합이 인류의 당면 문제를 해결해낼 원동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맥아피는 주장한다. 그러려면 반응하는 정부, 대중의 인식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를 관리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정부가, 이 정부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시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지구적 걱정거리인 온실가스 문제와 관련해서도 저자는 속수무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인위적 감축 없이 기술 발전과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줄었다. 일정 시점에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저자가 꺼내든 희망의 불빛만으로 미래를 낙관하기란 쉽지 않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미국의 사례는 미국만의 사례일 수 있다. 미국은 선진국인 데다 셰일혁명의 영향으로 천연가스 생산량이 늘었다. 석탄에서 천연가스 등으로 에너지 소비 방식이 달라진 미국의 사례를 세계 일반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저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경제 구조가 선진화하면 오염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준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속도가 여전히 더딜뿐더러 경제 구조를 선진화하지 못한 나라들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지구가 버텨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맥아피의 주장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변화의 가능성 정도다. 이 밖에 원자력발전이 지구온난화의 대책이라는 주장도 선뜻 와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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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기후변화 같은 어두컴컴한 미래에 희망의 불빛을 켜두는 것은 무모한 일이 아니다. 인류는 그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 한스 로슬링 등이 '팩트풀니스(2018)'에서 이미 강조했듯 인류는 노예제 시대를 끝냈으며 절대빈곤 문제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한 데다 평균수명을 연장했다. 기술 발전과 자본주의, 반응하는 정부, 대중의 인식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역시 암울한 마래에 대한 경고처럼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지구온난화 같은 당면한 미래의 위협에 맞서 인간의 지혜에 기대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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