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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의 공선운학⑦] 대한체육회 산하 회원종목 단체의 바람직한 역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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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가 대한민국 체육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학교체육이 조화를 이루는데 필요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기고를 연재합니다.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공선운학)'의 정규영 회장이 제언을 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이 대학 펜싱팀 회장을 역임한 정 회장은 여기서 지켜본 미국의 학교체육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2015년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홍보와 장학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학생선수 진학 시스템과 학교체육의 운영, 스포츠클럽 육성, 경기단체 운영 등의 한계를 짚고 해외 사례를 비교하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할 예정입니다.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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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체육회 산하 회원종목 단체는 62개 정회원과 7개 준회원으로 구성된다. 특공무술, 요가, e스포츠와 같은 11개 인정 단체도 있다. 각 협회 또는 연맹들마다 매년 협회장과 여러 기업 및 개인들의 후원, 대한체육회 지원 예산 등을 합쳐 수천 만원에서 수백억원을 운영비로 쓰고 있다.


지금까지 각 종목 단체들의 운영 목적이 엘리트 선수 육성과 올림픽 메달 획득이었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여기에 국립 체육전문대학·대학원과 선수촌 운영 예산 등을 합치면 엄청난 예산이 극소수 엘리트 체육에 주로 사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많은 운동 종목 협회나 연맹으로부터 불거진 각종 부조리와 비리가 끊이지 않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해 많은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수많은 투서와 고발로 4대악 신고센터는 '체육계 살생부'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고 실제로 무고한 투서와 모함으로 인해 체육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태도 있었다.


이 비극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이제 올림픽 메달이 유일한 목적이 아닌 교육으로서 체육의 이미지를 재고하고, 대학의 '학생선수' 중심 운동부 운영을 바탕으로 생활체육 저변 확대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역할에 맞게 종목 단체 운영 방식도 바꿔야 한다.


비공개 국가대표 선발전 문호 개방해야
동호인·전문선수 구분 없이 단일 대회서 대결
등수별 승점제로 상위 선수에 대표자격 부여

가장 시급한 변화는 협회 또는 연맹마다 존재하는 수많은 대회들을 정리하고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개편하는 일이다. 해마다 대한 체육회 산하 62개 정회원 종목 단체들이 주최하는 수많은 대회들이 열린다. 대통령배, 장관배, 회장배, 종목별, 등의 대회들이 있고 동호인 대회가 따로 존재하며 심지어 국가대표 선발전은 별도로 진행한다. 이름도 다양한 대회들과 별도로 존재하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을 더욱 분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자.

아직도 많은 종목의 국가대표 선발전은 선수와 감독, 그리고 심판과 일부 대회 관계자들만 입장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된다. 종목 단체 스스로가 대중의 관심을 차단하면서 그동안 선수 선발의 공정성에 관한 많은 문제점들이 불거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특정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을 보면 그 선수는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시절부터 엘리트 체육 선수로 협회나 연맹에 등록하고 유소년과 중·고 연맹 대회에 출전한다. 이어 전문 엘리트 운동부가 있는 중·고등학교로 진학해 꾸준히 협회에 등록된 대회에 출전하고 실력을 쌓아 해당 종목 엘리트 운동부가 있는 대학이나 체육 전문대학으로 진학한다. 일부는 실업 또는 프로 운동팀에 입단한다. 이 과정에서 유소년 국가대표 선발전과 일반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국가대표에 도전한다.


어느 대회에서 얼마나 잘하면 국가 대표가 되는지, 현재 어느 선수가 국가 대표로 유력한지, 초등이나 중·고등, 대학, 또는 유소년, 일반부에서 특정 선수의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일반인들은 알 길이 막막하다. 그저 국가대표 선발전에 따라 국가대표가 탄생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그 선수는 해당 종목 단체의 소속 관계자와 학교 엘리트 체육 지도자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미국펜싱협회와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이 주최한 '미국 국제펜싱연맹전' 경기 모습/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해 미국펜싱협회와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이 주최한 '미국 국제펜싱연맹전' 경기 모습/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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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생활체육이 잘 자리잡고 있고 체육을 교육의 중요한 과목으로 배운 학생선수들과 졸업생들이 국가대표의 중심인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매년 협회 또는 연맹이 인정하는 단일 대회만 몇 차례 열릴뿐이다. 이 대회마다 등수별 승점을 부여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그 승점의 총합 순서대로 국가대표가 된다. 미국 내 대회가 아닌 국제대회에 출전해도 국제대회별 승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국가대표가 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이 방식으로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투명하고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며 의혹이 생기지 않는다. 해당 종목 단체는 대회를 열고 해당 종목의 대중적 관심을 끌고자 마케팅, 홍보를 열심히 한다. 학교는 해당 종목을 중요한 교육의 수단으로 여기며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선수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도울 뿐, 학교 엘리트 체육 지도자의 관리 하에 대회를 나가지도 않는다. 선수 스스로 각자 훈련을 하고 대회에 출전하며 엘리트, 일반인, 동호인의 구별 없이 모두 같은 대회장에서 만나 실력을 겨룬다. 즉, 우리 주변의 학생선수가 스포츠 클럽을 통해 운동하고 대회에 나가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을 지역민들이 함께 응원하는 것이다.


학생선수들은 국가대표를 엘리트 체육의 전유물로 간주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개천에서 용났다'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 모두에게 국가대표가 될 기회가 열려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면 생활체육이 자리를 잡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다음편에 계속)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참고

[정규영의 공선운학①] '체육의 본질은 교육'…이것이 먼저다

[정규영의 공선운학②] 스탠퍼드·예일·하버드…美명문대 체육의 비밀(상)

[정규영의 공선운학③] '챔피언 마인드' 심는다…美명문대 체육의 비밀(하)

[정규영의 공선운학④] 체육 덕분에…美명문대 입학·백악관 초청·금융사 취업 이룬 어느 학생 이야기

[정규영의 공선운학⑤] 공부 잘하는 선수·화가·연주가 나오려면…"학생 선발권, 대학이 가져야"

[정규영의 공선운학⑥] 스포츠클럽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시장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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