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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의 공선운학⑤] 공부 잘하는 선수·화가·연주가 나오려면…"학생 선발권, 대학이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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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의 공선운학⑤] 공부 잘하는 선수·화가·연주가 나오려면…"학생 선발권, 대학이 가져야"

최종수정 2020.10.20 14:47 기사입력 2020.10.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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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가 대한민국 체육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학교체육이 조화를 이루는데 필요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기고를 연재합니다.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공선운학)'의 정규영 회장이 제언을 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이 대학 펜싱팀 회장을 역임한 정 회장은 여기서 지켜본 미국의 학교체육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2015년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홍보와 장학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학생선수 진학 시스템과 학교체육의 운영, 스포츠클럽 육성, 경기단체 운영 등의 한계를 짚고 해외 사례를 비교하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할 예정입니다.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참고

[정규영의 공선운학①] '체육의 본질은 교육'…이것이 먼저다

[정규영의 공선운학②] 스탠퍼드·예일·하버드…美명문대 체육의 비밀(상)

[정규영의 공선운학③] '챔피언 마인드' 심는다…美명문대 체육의 비밀(하)

[정규영의 공선운학④] 체육 덕분에… 美명문대 입학·백악관 초청·금융사 취업 이룬 어느 학생 이야기



한국 대학체육의 변화를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대학이 학생 선발권을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 명문대의 자랑인 '학생선수' 체육 시스템은 학생 선발의 자율권 덕분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 미 대학들은 체육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기타 예체능 분야에 뛰어난 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주고 뛰어남의 정도에 따라 입학 심사 과정에서 학업 성적을 차등 적용해 심사한다. 가령 입학시험 성적이 100점 만점인 학생도 합격하지만 예체능 어느 분야에서 눈에 띄는 결과가 있고, 입학 성적이 90점인 학생도 합격이 가능하다. 대학이 학생 선발에 대한 고유 권한을 갖고 있어서다.

막중한 권한을 대학이 행사하면서 학생 선발에 따른 비리나 부정이 좀처럼 발생하지 않고, 또 문제되지 않는 이유는 우선 '학생 선발은 대학의 고유 권한'이라는 시민들의 성숙한 동의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선발된 학생들이 실제로 대학에 다니며 동료들과 같이 생활하고, 공부하고 운동하면서 대학 교육을 이수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저런 학생이 어떻게 합격된 걸까?'라는 의문이나 의심이 생기지 않는다.


해마다 미 대학의 합격자가 발표되면 공부를 매우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학생이 불합격되고 공부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학생이 합격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학부모나 학생이 그 대학의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합격된 학생보다 불합격된 학생이 더 우수하다'는 주장을 해도 대학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 대학들은 철저하게 해마다 선발되는 신입생들을 되도록 다채로운 '색'을 지닌 개개인으로 구성하고자 한다. 즉,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 아니라 공부도 잘하면서 운동을 잘하거나, 뛰어난 화가이거나, 뛰어난 연주가이거나, 뛰어난 동물 조련사이거나, 뛰어난 인권 운동가인 학생들을 원한다.

생각해 보자. 대학을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로만, 다시 말해 성적 순으로만 채우고 같은 학교의 예체능과에만 공부보다 예체능을 잘하는 학생들을 받는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불공평한 방식인가. 이는 한국 대학의 현재 모습이다. 전문성으로 구성해야 할 곳은 일반 대학이 아닌 전문 대학원이나 전문기술 대학들이다. 다양한 색을 지닌 학생들로 다채로운 학년 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자율권이 대학에 있어야 할 이유다.


사진=AP 연합뉴스

사진=AP 연합뉴스



학생선수 중심 대학 체육 정상화 위한 과제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 부여해야…"
성적순 아닌 지식 갖춘 다양한 재능의 구성원 필요

이렇게 대학의 자율권에 따라 합격된 '운동을 잘하는 학생선수'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기숙사 생활을 하고, 캠퍼스에서 과외 활동을 하면서 학교 운동부 대표 신분으로 다른 대학들과의 종목 리그에 참가한다. 이 학생선수들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기 때문에 대학 생활이 훨씬 바쁘다. 그럼에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대학 생활 동안 얻는 인기뿐만 아니라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과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이나 취직 시 많은 가산점을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생선수로 구성된 다양한 운동부가 기존 한국의 체육대나 체육 단과대, 특기생으로 이뤄진 대학 운동부를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운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하는 선수라면 그 학생의 학업과 입학 성적에 맞는 대학에 진학하면 된다. 미 대학들도 학업과 입학 성적에 걸맞은 학생 선수들을 선발해 운동부를 운영하고 있다.


앞선 글에서 언급한대로 학생선수들로 구성된 각 대학의 운동부가 정기적으로 경기할 수 있는 대학체육 리그도 병행해야 한다. 이 리그를 통해 대학 운동부의 기량을 높이고 교육의 중요한 과목으로서 체육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체육이라는 교육 과목을 통해 인성, 건강, 강한 정신력, 스포츠맨십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학간 전국 리그가 부족하고 일부 엘리트 체육 특기생들만이 참가하는 대회여서 대중들이 외면하는 실정이다. '그들'이 아닌 '우리'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학체육 리그가 미국처럼 활성화 된다면 초·중·고등학교의 체육교육도 확대되고, 결과적으로 전국의 스포츠클럽도 많이 생겨 지역사회에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다음편에 계속)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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